[인사이트] 김진솔 기자 = '원조 캡틴' 기성용 한국 축구대표팀 은퇴를 공식 선언해 많은 축구팬을 아쉽게 했다.
그런 가운데, 그의 옆에서 5년 동안 찰싹 붙어 지냈던 나이키 직원이 전한 편지도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31일 한 나이키 직원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기성용의 사진, 영상을 올리며 장문의 글도 함께 게시했다.
해당 직원은 기성용과 보낸 5년이 자신의 나이키 커리어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편지에 담겨 있는 기성용의 축구 인생은 놀랍고 감동적이었다.
직원은 "스완지에서 고속도로 타고 3시간 반을 달려 히드로로, 12시간 비행하고 한국 도착하면 차 타고 파주로, 도어 투 도어(대기시간 없는 이동)로 하면 약 24시간 걸리는 일정을 두 달에 한 번꼴로 한다"고 시작했다.
이는 기성용이 지난 10년간 국가대표팀 경기에 참여하기 위해 거쳐 간 과정이다.
직원은 "출장 다녀와서 가장 힘든 날이 이틀째 또는 삼 일째인데 기성용은 제일 힘든 날 약 4만 명 앞에서 자기 기량을 보여줘야 한다"고 어려운 환경을 꼬집었다.
기성용은 대표팀 일정을 치르기 전부터 스완지에서 훈련량을 늘린다고 했다. 국대에서 최고의 플레이를 선보이기 위한 기성용만의 고집이었다.
직원은 기성용에 대해 '재능 위에 철저한 자기 관리와 노력 그리고 절제'라고 평했다.
또한 이번 아시안컵에서 기성용을 조기 복귀시킨 무릎 부상에 대한 이야기는 축구팬들의 눈물을 자아냈다.
직원은 "부상 당해도 인상 한번 팍 쓰고 끝나는 기성용 선순데 그 무릎 수술하고는 진통제를 때려 맞아도 잠을 못 잤다"고 말했다.
거기다 "무릎 째고 한 달 만에 산 타더니 파주에서 2017년 여름 내내 재활했다"며 "후들거리는 다리로 운동하고 아파도 티 안 내고 짬뽕이랑 탕수육 먹고(찍먹) 내려주고 집에 갔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런 상황에서 기성용은 스완지에서 경기 직후 한국으로 가는 힘든 과정을 거쳐 매번 최종예선을 승리로 이끌었다고 밝혔다.
직원은 기성용의 삶에 대해서도 "모든 프리미어리그 축구 선수들의 삶이 화려하게 살 것으로 보이지만 기성용은 아니다"고 했다.
직원의 말에 따르면 기성용은 아무것도 없는 스완지에서 식사하고 산책한 뒤 축구 영상을 본 뒤 초저녁에 성경공부를 하고 잔다.
덧붙여 직원은 '독거노인' 같은 삶이 아니라 도태되지 않기 위해 축구에 최적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성용의 인성에 대해서도 극찬이 이어졌다.
스포츠 스타들은 흔히 자신의 노력으로 성공했다고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기성용은 다르다는 것.
직원은 "키는 주변의 도움을 잘 안다. 팀 스태프 가장 먼저 챙겨주는 것도 키고 동료 선수들과 주변인들에게 잘해준다"며 "스폰서를 기성용처럼 챙기는 선수는 많지 않다고 했다.
직원은 편지 말미에 "밤에 만나 떡볶이 먹기, 경기 끝나고 치킨 뜯거나 육회 비빔밥 때리는 게 가장 큰 일탈인 기성용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이 가장 행복했다"고 추억을 그렸다.
끝으로 "더 이상 호텔 방에서 장난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경기 전 터널로 들어가는 그와 하이파이브를 더 못한다는 것 그게 슬플 뿐이다"며 자신의 감정을 털어놨다.
한편 이를 본 기성용은 "모든 사람은 슬픈 사연을 가졌다"며 "당신의 도움에 감사했다"고 답했다.
기성용은 지난 30일 대한축구협회에 은퇴를 공식화하는 서신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