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효정 기자 = '울보' 손흥민이 동생들 앞에서 활짝 웃었다.
지난 1일(한국 시간) 한국 축구 대표팀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숙적 일본을 2-1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120분까지 이어진 연장 혈투가 끝나자 한국 선수들은 그라운드로 뛰쳐나와 서로를 끌어안았다.
아시안게임 내내 대표팀의 주장 역할을 톡톡히 한 손흥민은 환한 표정으로 태극기를 든 채 그라운드를 가로질렀다.
2014 브라질 월드컵, 2년 뒤 리우 올림픽, 2018 러시아 월드컵 등 앞서 태극마크를 달고 참가한 3번의 국제대회에서 참패의 경험을 겪었던 손흥민은 매번 모두의 앞에서 서럽게 눈물을 쏟아냈다.
탈락에 대한 좌절감, 국민을 향한 자책감이 손흥민의 눈물에 서렸을 터.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달랐다. 경기 이후 이어진 중계 카메라에서 손흥민은 미소 지으며 팀 수비수 조유민을 향해 "왜 울어"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리는 동생을 달래는 모습을 보였다.
조유민은 눈물을 닦으며 손흥민의 품에 안겨 고개를 묻었다. 손흥민은 수고했다는 듯 조유민의 어깨를 토닥였다.
그런 손흥민도 경기 직후 취재진에 "사실 눈물이 조금 났다"고 고백했다. 알고 보니 이날도 돌아서서 남몰래 눈물을 훔쳤던 것.
손흥민은 "선수들 모두에게 고맙기도 하면서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응원 와주신 교민들이 흔드는 많은 태극기를 보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마움과 감사함이 밀려왔다"고 소감을 전했다.
대표팀의 막내에서 주장의 자리까지 올라간 손흥민. 이제는 다른 동생들의 눈물을 먼저 닦아주는 선수로 성장했다. '울보' 손흥민이 이날 흘린 눈물은 기쁨의 눈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