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기현 기자 = 김학범 감독에게 주어진 시간은 불과 5개월이었다.
하지만 그는 어떤 핑계도 대지 않고 자신의 소신대로 팀을 이끌며 한국에 금메달을 안겼다.
1일(한국 시간) 한국 축구 대표팀은 인도네시아 보고르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결승전서 일본에 2-1로 승리했다.
그야말로 극적인 우승이었다. 대회 전 한국 대표팀은 '인맥 축구' 논란에 휩싸이며 흔들렸다.
팬들이 와일드카드로 황의조를 발탁한 것에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이때 김 감독은 빠르게 나서서 선수의 보호막이 됐다. 그는 "인맥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오로지 실력만 보고 뽑았다"고 논란을 일축했다.
결과적으로 김 감독의 선택은 대성공이었다. 황의조는 9골을 터트리는 맹활약으로 대회 득점왕에 올랐다.
특히 우즈베키스탄과의 4강전에서는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조현우 역시 골문을 든든하게 지키며 수비에 안정감을 더했다.
또 이번 대회에서는 김 감독의 유연한 전술도 빛났다. 우리 대표팀에서 전문 풀백을 볼 수 있는 선수는 이시영이 유일했다.
주어진 시간도 5개월에 불과했고, 실전 평가전은 단 한 번도 치르지 못했다.
조직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상황. 그는 고육지책으로 공격적인 백3 포메이션을 선택했다.
양쪽 윙백을 전진시켜 공격적인 축구를 하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이 포메이션이 말레이시아전서 문제점을 드러내자 김 감독은 빠르게 백4로 전환했다.
이 선택도 신의 한 수였다. 김문환과 김진야가 공격적인 본능을 유지하면서도 수비적인 역할을 충실히 해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우승은 선수를 믿은 김 감독의 '뚝심'과 전술적인 '유연함'이 이뤄낸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편 김 감독은 취임 직후 아시안게임을 통해 중간 평가를 받겠다고 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지도자는 성적으로 평가받는다"라면서 "더한 악조건도 이겨낼 자신이 있다. 도전하는 데 절대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자신의 말을 지켜낸 김 감독은 오는 2020년 도쿄 올림픽까지 팀을 맡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