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불량 중국산 사전투표함 문제로 세금을 이중으로 쓰게 됐다. 기존 계약 정산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새 투표함 제작을 위해 또다시 16억원 넘는 예산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6일 조선 비즈 보도에 따르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실이 확보한 중앙선관위의 '2027년도 예산안 증액 건의자료'에서 선관위는 사전투표함 신규 제작비 명목으로 16억1900만원을 국회에 증액 신청했다.
중앙선관위는 올해 지방선거를 대비해 12년간 쓰던 관내사전투표함을 교체하려고 12억6500만원 규모의 제작 계약을 맺었다. 국비 1억2000만원과 지방비 11억4500만원이 투입되는 사업이었다.
하지만 납품된 행낭식 사전투표함 1만3376개 중 790개에서 부품 오장착과 자물쇠 잠금장치 불량 등 결함이 쏟아져 나왔다.
문제가 된 투표함은 회수됐고, 납품 시기도 원래 기한보다 21일 늦춰졌다. 중국산 제품이라는 점에서 논란도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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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는 지난 9월 18일 조달청에 제작 계약 해제를 요청했다. 계약기간을 4월 30일에서 10월 30일까지 연장했으나 제작업체가 하자 보완계획을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제작업체는 앞서 9월 3일 선관위에 미지급 물품대금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낸 바 있다.
문제는 기존 계약 정산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제작 예산을 요구했다는 점이다. 선관위는 제작업체에 지급한 선금 6억3250만원을 환수할 방침이지만, 이 돈은 소송 등에 사용될 수 있어 당장 새 투표함 제작비로 쓰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존 사업비 중 남은 약 6억원도 법적으로 신규 구매에 사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선관위는 현재 보유한 투표함을 다시 쓰기도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12년간 사용한 기존 투표함은 내용연수 8년을 넘겨 대부분 폐기했고, 올해 새로 제작한 투표함도 하자 문제로 재사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내년 신규 제작을 위한 별도 예산 확보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사전투표함 제작 과정은 수사선상에도 올랐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지난 8월 선관위와 납품업체 등을 대상으로 입찰방해·배임 의혹 관련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선관위는 이번 예산안에서 재외국민 우편투표 도입 사전조사비 3억5000만원과 사이버 공격 대응 및 인공지능(AI) 기반 선거법 안내 시스템 구축 준비비 6억6600만원 증액도 함께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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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옥 의원은 "허술한 관리가 국민적 신뢰를 잃는 선관위를 만들었다"며 "예산 증액보다 책임부터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