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1월 08일(일)

"전차 고장 나기 전에 AI가 알려준다"... K2 유지비도 줄일까

국산 K2 전차를 비롯한 주요 무기체계의 고장 가능성을 미리 예측하고 최적의 부품 교체 시기를 판단하는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이 시작됐다. 기술이 실제 군 운용 현장에 적용되면 전차가 정비 때문에 멈추는 시간을 줄이고, 장기간 운용하는 데 필요한 유지비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무기 구매 이후 발생하는 정비 비용과 부품 공급까지 수출 경쟁력을 좌우하는 만큼, K2 전차를 생산하는 현대로템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국방부와 산업통상부는 전날 대전컨벤션센터에서 'RAM-C AI 에이전트 개발' 연구개발 착수보고회를 개최했다.


수풀로 위장하고 훈련 중인 K2전차 / 현대로템 블로그수풀로 위장하고 훈련 중인 K2전차 / 현대로템 블로그


RAM-C는 무기체계의 신뢰도와 가용도, 정비도, 운용유지비용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업무를 뜻한다. 무기체계의 도입부터 폐기까지 발생하는 비용을 관리하고, 적절한 정비 시점과 부품 공급 계획을 수립하는 데 활용된다.


이번 사업에는 4년간 총 300억원이 투입된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주관연구개발기관을 맡아 무기체계의 운용·정비 데이터를 AI로 분석하고 최적의 정비 시점과 부품 수요를 판단하는 기술을 개발한다.


핵심은 무기체계의 상태를 데이터로 분석해 고장 가능성을 사전에 파악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정해진 주기에 따라 부품을 점검하거나 고장이 발생한 이후 수리하는 방식에 상당 부분 의존했다. 반면 AI를 활용하면 장비에 축적된 운용 기록과 고장 이력, 센서 데이터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정비가 필요한 시점과 부품 교체 수요를 더욱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부품의 이상 가능성이 높아지면 정비 담당자가 관련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전에 점검 일정을 잡고 필요한 부품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불필요한 부품 교체를 줄이는 동시에 예상치 못한 고장으로 전차 운용이 중단되는 상황에도 대비할 수 있다.


K2PL / 유튜브 ' 현대로템(HYUNDAI ROTEM)'K2전차 폴란드형 K2PL / 유튜브 ' 현대로템(HYUNDAI ROTEM)'


전차는 도입 이후에도 정기적인 점검과 부품 교체, 고장 수리 등에 지속적인 비용이 발생한다. AI가 정비 시점과 부품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하면 불필요한 부품 교체와 정비 대기 시간을 줄이고, 필요한 부품을 제때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와 운용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정부는 개발한 기술의 실효성을 검증하기 위해 육군 K2 전차를 비롯해 해상감시레이더-Ⅱ, FA-50 전투기 등을 실증 대상으로 선정했다. 지상과 해상, 공중에서 운용되는 서로 다른 무기체계에 적용해 분석의 정확성과 현장 활용 가능성을 확인할 계획이다.


이번 기술 개발은 K2 전차의 수출 경쟁력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무기체계를 구매하는 국가는 도입 가격뿐 아니라 수십 년간 운용하는 데 필요한 정비 비용과 부품 공급의 안정성까지 고려해야 한다. 전차 성능이 우수하더라도 유지비가 많이 들거나 수리에 오랜 시간이 필요하면 구매국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운용 데이터를 활용해 적정 유지비를 산출하고 부품 수요를 미리 예측해 공급 계획을 체계적으로 수립할 수 있다면 해외 고객의 신뢰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수출 계약 과정에서도 장기 운용비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생성된 이미지 2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이는 폴란드를 중심으로 K2 전차의 해외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현대로템에도 중요한 부분이다.


현대로템은 지난 4월 폴란드 국영 방산그룹 PGZ 산하 부마르 와벤디와 폴란드형 K2 전차(K2PL) 및 구난전차의 현지 생산·정비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전차 납품뿐 아니라 현지 생산과 정비까지 협력 범위를 넓히고 있다.


향후 AI 기반 정비 기술이 상용화돼 K2 전차의 해외 운용환경까지 적용된다면 현대로템의 후속군수지원 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다. 고장 가능성과 부품 수요를 사전에 파악해 정비 계획을 효율적으로 수립하고, 해외 고객에게 장기적인 운용비용 관리 방안까지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로템이 다른 사업에서 축적해 온 스마트 유지보수 기술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현대로템은 철도차량 분야에서 센서와 빅데이터, AI를 활용해 차량 상태를 분석하고 고장을 예측하는 상태기반 유지보수(CBM) 기술을 개발해 왔다. 차량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부품의 잔여 수명을 분석해 정비 효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실제 현대로템은 GTX-A 등 철도차량에 CBM 기술을 적용하며 데이터 기반 유지보수 역량을 축적해 왔다.


현대로템이 철도차량의 운행 상태와 주요 장치 정보를 분석하는 스마트 유지보수 시스템 화면 / 현대자동차그룹현대로템이 철도차량의 운행 상태와 주요 장치 정보를 분석하는 스마트 유지보수 시스템 화면 / 현대자동차그룹


철도차량과 전차는 운용환경이 다른 만큼 기술을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다만 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장을 예측하고 유지비를 관리한다는 점에서 기술적 접점이 있다.


이번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국내 방산업계 전반의 군수지원 역량도 강화될 수 있다. 부품별 수요를 예측해 재고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단종부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거나 부품 국산화 계획을 수립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는 기술 개발에 착수한 단계로, K2 전차에 AI 정비 시스템이 실제 적용되거나 구체적인 유지비 절감 효과가 확인된 것은 아니다. 실증 과정에서 데이터의 정확성과 예측 신뢰성을 충분히 검증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기술을 통해 무기체계의 운용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국산 무기의 수출 협상력과 후속군수지원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