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1월 07일(토)

"엄마 딸로 와줘서 고마워"... 8명 살리고 떠난 22세 막내딸의 마지막 선물

갑작스러운 사고로 쓰러진 스물두 살 청년이 뇌사 판정을 받았다. 의식을 되찾지 못한 딸을 지켜보던 부모는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 평소 함께 나눴던 대화를 떠올리며 장기기증을 결심한 것이다.


전수연(22세) 씨는 지난 2월 23일 전남대학교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을 통해 8명에게 새 생명을 전하고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원장 이삼열)이 밝힌 내용이다.


전 씨의 부모는 평소 가족 간에 "무슨 일이 생기면 장기를 기증하자"고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29681_3687852_1793838519984357294.jpg한국장기조직기증원


딸의 심장이 다른 사람의 몸에서 계속 뛰고, 딸의 눈으로 누군가 세상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슬픔 속에서도 위안이 됐다. 전 씨는 심장, 폐, 간(간 분할), 신장(양측), 안구(양측)를 기증했으며 피부 조직도 함께 기증했다.


어머니 정영순 씨는 딸을 "가족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친구 같은 존재"로 기억했다. 전 씨는 한 살 터울의 언니가 어린 시절부터 투병 중이었기에 일찍 철이 들었다.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이었지만 자신이 갖고 싶은 것도 양보하며 가족에게 부담 주지 않으려 애썼다.


전 씨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학창 시절 제빵을 배웠고 미용사 국가자격증도 취득했다.


손재주가 뛰어났던 그는 최근 간호조무사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후 돈을 모아 대학에 진학해 간호사가 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가족과 함께 이루고 싶은 소망도 있었다. 어머니와 전국 일주를 계획했고, 아버지에게는 "결혼할 때 손잡고 들어가야 하니까 오래 살아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자신을 챙겨준 아버지 손을 잡고 결혼식 버진로드를 걷는 게 꿈이었다.


어머니 정 씨는 "딸이 가족과 함께 꿈꿨던 일들을 이루지 못하고 떠난 것이 평생 마음에 남을 것 같다"고 했다. 기증 후 8개월이 지나서야 언론에 이야기를 전한 이유도 딸이 남긴 생명나눔의 의미를 오래 기억하기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어머니는 딸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수연아, 거기서는 아프지 말고 여기서 못 했던 것들 마음껏 펼치면서 행복하게 지내. 언니 걱정도, 엄마 아빠 걱정도 하지 말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엄마 딸로 태어나 줘서 고마워. 사랑해.".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간호사가 되어 아픈 이들을 돌보고 싶어 했던 전수연 님은 그 꿈을 다 펼치지 못했지만, 마지막 순간 8명에게 희망을 전했다"며 "깊은 슬픔 속에서도 딸의 뜻을 이어 생명나눔을 결정해 주신 유가족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