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현지시간) 뉴저지주에 사는 로런 스피에지아가 뉴욕시 마라톤 대회에서 상의를 입지 않은 채 42.195㎞ 풀코스를 완주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약 6만 명의 참가자들 사이에서 스피에지아는 4시간 54분 4초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그가 유방암 수술 흉터를 당당히 드러낸 채 달렸다고 전했다.
스피에지아는 2024년 11월 15일, 31세에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가슴에서 멍울을 발견한 지 불과 몇 주 만의 일이었다. 이후 항암치료와 면역치료를 거쳤으며, 유방 절제술과 재건 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로렌 스피지아 인스타그램
치료 과정 속에서도 그는 운동을 이어갔다. 원래 달리기를 즐기지 않았던 스피에지아는 매일 걷기부터 시작해 조금씩 달리는 거리를 늘려나갔다.
짧은 거리 달리기는 점차 장거리로 확대됐고, 하프마라톤 거리인 약 21㎞를 완주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때부터 마라톤 풀코스 완주가 그의 목표가 됐다.
상의를 벗고 달리기로 한 결심에는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 유방 절제 수술 후 처음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을 때였다. 스피에지아는 "나도 모르게 가슴을 감추려고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며 "예전에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그 순간 수치심 때문에 세상 앞에서 내 모습을 숨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밝혔다.
스피에지아에게 수술 흉터는 감춰야 할 대상이 아니었다. "이 흉터는 내 생명을 구하기 위해 필요했던 치료의 흔적"이라며 "내게는 명예의 훈장과도 같다"고 강조했다.
뉴욕 마라톤을 선택한 데도 이유가 있었다. 대회 코스가 자신이 암 치료를 받았던 병원 앞을 지나기 때문이었다. 스피에지아는 "많은 사람에게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무대가 필요했다"며 "내 치료의 역사가 있는 장소에서 가능한 한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의 없이 달린 것은 성적인 의미나 남성의 시선을 끌기 위한 행동이 결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정반대다. 자신의 건강을 스스로 지키고 필요한 목소리를 내며 여성 건강을 위해 당당하게 나서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뉴욕주에서는 여성이 공공장소에서 상의를 벗는 행위가 법적으로 허용된다. 스피에지아는 도전 전 의료진에게 계획을 알렸고, 의료진은 처음부터 그의 캠페인을 지지했다.
그는 암 전문 의료기관인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와 여성 건강 플랫폼 '비사운드(Besound)'의 협력을 받아 대회에 참가했다.
대회에서는 자신의 뷰티 브랜드 이름을 딴 '팀 락락(Team LakLak)' 소속으로 달렸다. 해당 팀은 암 연구와 치료를 지원하는 자선 마라톤팀 '프레드스 팀(Fred's Team)'의 하위 팀이다.
뉴스위크
달리는 동안 시민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스피에지아는 "제가 지나갈 때 놀라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응원해 주거나 감동하는 사람들은 훨씬 더 많았다"고 전했다.
"제 달리기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사람들도 있었다"며 "그것이 뉴욕의 다섯 개 자치구를 달리며 이루고 싶었던 목표였다"고 말했다.
스피에지아는 유방암 수술 흉터를 세상에 드러내는 선택을 통해 여성들이 자신의 몸과 건강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마주하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