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1월 08일(일)

800년 전 침몰한 '고려 난파선'의 진실, '목간'으로 밝혀졌다

국립해양유산연구소가 충남 태안 마도 앞바다에서 약 800년 전 침몰한 고려 난파선의 정체를 밝혀냈다. '바다의 경주'로 불리는 이 해역에서 발견된 '마도5호선'은 1208년 봄 악천후를 만나 침몰한 것으로 확인됐다.


4일 국가유산청 국립해양유산연구소는 지난해 청자 다발과 선체 조각 등 매장 징후를 포착한 후 1년여간 진행한 수중 발굴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25년 매장 가능성을 확인한 뒤 본격적인 발굴에 나선 성과다.


0009269151_001_20261104101320593.jpg마도5호-청동호 출수모습 / 국가유산청


발굴 현장에서는 닻돌과 원통목, 밧줄 같은 핵심 선체 부속품이 인양됐다. 화물로 실렸던 볏섬과 선상 생활용품인 청동호를 포함해 총 53점의 유물이 출수됐다. 


배의 성격을 규명하는 데 결정적 단서가 된 것은 화물 내역이 담긴 25점의 목간이었다. 목간에는 화물을 수집한 연월로 '정묘년'(丁卯年)과 '정묘 12월'(丁卯十二月)이 명확하게 새겨져 있었다.


연구소는 출수된 청자의 양식 분석과 유기물 방사성탄소연대 측정을 통해 정묘년이 1207년임을 특정했다. 측정치는 12세기 중반부터 13세기 전반을 가리켰다.


목간 기록에 따르면 화물 발송지는 영암군(靈巖郡·지금의 영암읍 일대)과 안로현(安老縣·지금의 영암군 금정면 일대)이다.


0009269151_002_20261104101320709.jpg마도5호선 출수된 전체 목간 / 국가유산청


목적지는 고려의 수도 개경이었다. 마도5호선은 전라도 서남부 지역에서 화물을 선적한 뒤 개경을 향해 출항했던 것이다.


마도5호선은 2009년 발굴된 마도1호선과 여러 공통점을 보인다. 마도1호선도 1207년 영암·해남·나주·장흥 등 전라 서남부에서 공물을 수거해 1208년 개경으로 향하다 침몰했다. 운항 시기와 화물 발송지가 일치하는 것이다.


두 선박의 연결고리는 더욱 구체적이다. 마도5호선의 안로현 목간(5-20번)과 마도1호선의 안로현 목간(1-34번)은 수취인이 개경의 송득덕으로 동일하다. 글씨체와 내용도 거의 같아 한 사람이 작성했을 가능성이 크다.


연구소 관계자는 "마도1호선과 5호선은 1208년(희종 4년) 봄 전라도 서남부 화물을 나눠 싣고 개경으로 향하던 같은 선단 소속 선박이었다"며 "태안 마도해역에서 악천후를 만나 함께 침몰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0003480541_007_20261104123414380.jpg마도 해역 발굴 난파선 위치 / 국가유산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