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1월 08일(일)

'명성황후', 장녹수' 쓴 사극 거장 정하연 작가 별세

'명성황후', '장녹수', '왕과 비' 등 사극 명작을 집필한 정하연 작가가 1일 82세로 별세했다.


지난 1일 한국방송작가협회와 유족 측 발표에 따르면, 정 작가는 이날 오후 타계했다.


정 작가는 1944년 황해도에서 출생해 연세대 연희극예술연구회에서 활동했다. 1968년 신춘문예 단막희곡 부문에 '산울림'이 당선되며 작가로 첫 발을 내디뎠다.


0009263762_001_20261102095618543.jpg정하연 작가 / 한국방송작가협회


그는 같은 해 잡지 '세대'와 실험극장의 신인희곡상 공모에서 '무지개 쓰러지다'가 당선됐다. 1969년엔 국립극장과 경향신문 공모에서 '환상살인'이 장막희곡 당선작으로 뽑히며 연극계에서 주목받는 신예로 떠올랐다.


1970년대 들어 영화계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배우 신성일이 주연과 연출을 맡은 '어느 사랑의 이야기'(1971), '연애교실'(1971), '그건 너'(1974)를 집필했다. 이어 '목마와 숙녀'(1976), '영광의 9회말'(1977) 등 다수 영화 시나리오를 썼다.


정 작가는 1995년 '장녹수'로 사극 장르에 본격 진출했다. '조광조'(1996), '왕과 비'(1998∼2000), '명성황후'(2001∼2002), '신돈'(2005∼2006), '인수대비'(2011∼2012) 등 대작 사극을 연속 성공시키며 '사극의 거장'이란 평가를 받았다.


인간의 욕망을 정면으로 다룬 작품들도 인기를 끌었다. '모래위의 욕망'(1992), '욕망의 바다'(1997), '욕망의 불꽃'(2010) 등에서 성공을 향한 인간의 집착과 몰락 과정을 묘사해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세밀한 감정선을 담은 작품으로도 주목받았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남편과 두 아내의 이야기를 그린 '아내'(2003), 중년 부부와 젊은이들의 삶을 조명한 '달콤한 인생'(2008) 등이 대표적이다.


0009263762_002_20261102095618682.jpg정하연 작가 / 한국방송작가협회


2004∼2005년엔 EBS 문화사 시리즈를 집필했다. 1편 '명동백작'에선 명동을 무대로 활동한 문화예술가들을 다뤘다. 3편 '지금도 마로니에는'에선 1960년대 시인 김지하, 소설가 김승옥, 학생운동가 김중태를 중심으로 당시 사회상과 대학가 모습을 풀어냈다.


정 작가의 마지막 작품은 2018년 MBC 드라마 '손 꼭 잡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자'다.


그는 1979년 '마로니에의 길'로 동아연극상 특별상과 백상예술대상 희곡상을 받았다. '왕과 비'로 1999년 'KBS 연기대상' 작가상과 2000년 한국방송프로듀서상 작가상을 수상했다.


빈소는 2일 오전 9시 서울 순천향대학교병원 장례식장 5호실에 차려진다. 발인은 4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