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여성 변호사를 강제추행하고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 피해자의 신상을 무단 유포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정철승 변호사가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에서 구속됐다.
30일 서울고법 형사4-2부(재판장 성지용)는 강제추행 및 성폭력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정 변호사의 항소심 병합 재판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두 사건으로 각각 1심에서 징역 1년씩을 선고받고도 불구속 상태를 유지해 온 정 변호사에 대해 재판부는 "사실심 마지막 단계인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하는 만큼 도망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의혹의 핵심인물인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의 법률 대리인 정철승 변호사가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더펌 법무법인에서 이 전 사무부총장의 녹취록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3.5.1/뉴스1
재판부는 핵심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정 변호사는 2023년 3월 서울 서초구의 한 와인바에서 후배 여성 변호사의 가슴 부위를 압박하고 손을 주무르거나 허리를 감싸 안는 등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과 현장 CCTV 영상 등을 종합하면 추행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피해자가 당시 현장에서 즉각 항의하지 않았다는 정 변호사의 주장에 대해서는 "이른바 '피해자다운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해자 진술을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확고한 대법원 판례"라며 "본 재판부는 성폭력 전담 재판부이기도 하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수많은 성폭력 재판을 해보면 피해자가 현장에서 바로 가해자에게 이의를 제기하고 항의하는 경우는 오히려 극히 드물다"고 덧붙였다. 다만 강제추행으로 상해(중등도 우울증)를 입혔다는 혐의는 범행 자체보다 이후 고소와 소송 갈등에 따른 스트레스 영향으로 봐 1심과 같이 무죄로 판단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 뉴스1
박 전 시장 유족을 대리하던 2021년 8월, 페이스북에 피해자의 서울시 근무 이력 등 신원 정보를 공개한 혐의도 유죄가 유지됐다. 재판부는 "게시물에 피해자의 서울시 근무 이력 등이 상세히 담겨 있어 서울시 공무원이라면 누가 봐도 피해자가 특정될 상황이었다"며 "그로 인해 피해자는 심각한 2차 피해를 입었다"고 지적했다.
정 변호사가 내세운 공익 목적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정 변호사는 성추행 피해를 뒷받침할 진술이나 물증이 없는데도 피해자가 별건 사건 처리와 관련해 박 전 시장을 허위로 고소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는데, 이는 인권위 결정과 관련 소송 판결에서 확인된 사실에 명백히 어긋나는 부분"이라며 "피해자의 고소 동기에 관해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피해자를 공격한 만큼, 주된 목적이 공익이었다는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정 변호사를 향해 "관련 사건 소송 대리인이었잖느냐"며 "법정에서 다퉈 결과를 얻도록 해야 할 법조인으로서 누구보다 신중했어야 했다"고 질책했다.
지난 1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관련 재수사 및 수사내용 공개를 촉구하는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회원들 / 뉴스1
또 "피고인은 자기 확신이 너무나 컸던 모양"이라며 "자신의 행동으로 피해자들이 얼마나 큰 고통을 받았을지 돌아봤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후배 변호사 추행 건에 대해서도 "자신의 행동으로 고통받은 사람이 있다면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태도를 조금이라도 보였다면 이렇게까지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정 변호사는 피해자에 대한 공격과 비난을 계속하는 등 범행 후 정황도 좋지 않다"고 짚었다.
선고 과정에서는 소란도 빚어졌다. 재판부가 피해자 항의 시점에 대해 설명하자 정 변호사는 "피해자는 지인이 아닙니다. 그날 처음 본 사람입니다"라고 언성을 높여 끼어들었다.
방청석의 지지자 중 한 명은 "당신의 이름은 영원히 역사에 기억될 거야"라고 소리치다 퇴정 조치당했다. 실형 선고 직후 정 변호사는 불구속 상고심 재판을 요청했으나 재판부는 "법정 구속하는 것이 맞는다"며 즉각 기각했고, 방청석에서는 "이게 재판이야?"라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