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1월 08일(일)

냉동피자 1억6000만 개의 기록... '냉동은 맛없다' 편견 깬 오뚜기의 10년

누적 판매량 1억6000만 개.


오뚜기가 2016년 국내 냉동피자 시장에 진출한 지 10년, 올해 5월까지 쌓아 올린 대기록이다. 한때 '맛없는 냉동식품'이라는 편견 속에 간편식 시장의 변방에 머물렀던 냉동피자는 이제 배달 주문 없이도 집에서 간편하게 즐기는 일상식으로 자리 잡았다.


변화의 출발점은 가격과 편의성이었다. 오뚜기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자의 진입장벽을 낮춘 뒤 도우와 치즈, 제조 기술을 개선하며 냉동피자의 품질 경쟁을 이끌었다. 최근에는 1인용 제품과 프리미엄 라인업, 캐릭터 협업 등으로 소비자의 선택지와 브랜드 경험을 넓히고 있다.


냉동피자가 배달 피자의 저렴한 대안을 넘어 개인의 취향에 따라 선택하는 식사 메뉴로 진화해 온 지난 10년. 오뚜기의 성장 과정은 국내 냉동피자 시장의 경쟁 패러다임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맛없는 냉동식품' 편견 깼다... 9년 연속 시장 1위


기존 이미지지난 6월 출시된 오뚜기 '멕시칸 미트앤치즈 피자'와 '아메리칸 바비큐 피자' / 사진 제공 = 오뚜기


오뚜기의 냉동피자 도전은 2016년 5월 시작됐다. 당시 선보인 제품은 '돌판오븐에 구워 만든 냉동피자' 4종(콤비네이션·불고기·고르곤졸라·호두아몬드)이다.


당시 국내 냉동피자는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식품이 아니었다. 냉동 보관과 재가열 과정에서 도우가 퍽퍽해지고 치즈의 풍미가 떨어진다는 인식이 강했다. 제품 선택의 폭도 넓지 않아 간편식 시장에서도 존재감이 크지 않은 품목으로 여겨졌다.


오뚜기는 이 같은 시장의 빈틈에서 기회를 포착했다. 프랜차이즈 배달 피자의 가격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집에서도 합리적인 가격에 피자를 즐기고자 하는 소비자 수요에 주목한 것이다.


승부수는 가격과 맛의 균형이었다. 돌판오븐에 구워낸 도우의 식감을 강조하고, 한국인의 입맛을 고려한 토핑과 레시피를 적용해 기존 냉동피자와 차별화를 꾀했다. 별도의 배달 주문 없이 가정에서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다는 점도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시장 반응은 빨랐다. 오뚜기 냉동피자는 출시 8개월 만에 매출 130억 원을 돌파하며 새로운 간편식 수요를 확인했다. 이후 9년 연속 국내 냉동피자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며 대표 브랜드로 입지를 굳혔다.


이 과정에서 달라진 것은 판매 실적만이 아니었다. 특별한 날 주문해 먹는 음식이라는 피자의 기존 이미지에서 벗어나, 냉동실에 보관해뒀다가 필요할 때 꺼내 먹는 일상적인 식사 메뉴로 소비 영역이 넓어졌다.


가정 내 조리 환경의 변화도 냉동피자의 대중화에 힘을 보탰다. 특히 에어프라이어 보급이 확대되면서 별도의 오븐 없이도 바삭한 식감의 피자를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코로나19를 계기로 집밥과 가정간편식(HMR) 수요가 늘어나면서 냉동피자를 찾는 소비자층도 넓어졌다.


다만 시장의 대중화는 새로운 경쟁을 불러왔다. 소비자의 선택지가 늘어나면서 냉동피자는 더 이상 저렴하고 간편하다는 이유만으로 선택받기 어려워졌다. 가격 경쟁력에 이어 조리 후 맛과 품질까지 갖춰야 하는 시장으로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가격 경쟁 넘어 품질 승부... 도우부터 제조 기술까지 혁신


냉동피자의 대중화는 소비자의 기대 수준을 높여놓았다. 전문점 피자에 비해 도우의 식감, 치즈의 풍미, 토핑의 완성도가 다소 아쉽다는 점은 냉동피자가 넘어 서야 할 과제로 지적되어 왔다.


오뚜기 또한 시장 형성 초기에 강조했던 가격과 편의성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제품 본연의 가치이자 본질인 '맛'으로 경쟁의 패러다임을 전환한 배경이다.


이를 위해 오뚜기는 단순히 토핑의 종류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도우 반죽과 숙성, 치즈 배합, 굽는 방식 등 제조 과정 전반을 개선하는 데 집중했다. 총 26가지 레시피 기술을 적용하며 냉동 상태에서 조리한 피자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기존 이미지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된 이미지


핵심은 피자의 기본이 되는 '도우'다. 오뚜기는 반죽을 20시간 이상 저온 숙성시키는 '숨쉬는 도우' 기술을 도입했다. 숙성 과정에서 반죽 내부에 기포가 고르게 형성되도록 해 냉동 상태에서 조리하더라도 쫄깃하고 담백한 식감을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원재료의 조합에도 변화를 줬다. 수분을 머금은 생(生)이스트를 활용하고, 신선한 우유를 기반으로 만든 자연치즈를 적절한 비율로 블렌딩해 풍미를 높이고자 했다. 냉동식품 특유의 식감과 맛에 대한 아쉬움을 줄이고 전문점 피자에 가까운 품질을 구현하려는 시도다.


조리와 취식 과정의 편의성도 개선했다. 베이직 라인인 '클래식'과 '치즈' 피자의 도우 바닥면에는 4분의 1 크기로 나눌 수 있는 커팅선을 적용했다. 별도의 칼이나 커팅 도구 없이 필요한 만큼 나눠 먹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피자 가장자리까지 맛의 요소로 활용한 '크러스트' 라인도 이러한 변화를 반영한 결과다. 도우 끝에 치즈, 콘크림, 고구마 등을 채워 넣어 마지막 한 입까지 다채로운 풍미를 누릴 수 있게 했다.


더불어 고온의 돌판 오븐에서 구워내는 '스톤베이크드(Stone Baked)' 방식을 도입해 '겉바속촉'의 식감을 완성했다.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피자 끝부분까지 제품 경쟁력으로 승화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기술 개선은 냉동피자 시장의 경쟁 무대가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얼마나 저렴하고 간편하게 피자를 먹을 수 있느냐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도우의 식감과 치즈의 풍미, 조리 후 완성도가 제품 선택을 좌우하는 요소로 부상했다. 냉동피자가 배달 피자의 대체재를 넘어 독자적인 품질 경쟁을 펼치는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1인용부터 프리미엄까지... 피자도 소비자 취향 따라 진화


제품의 기본기를 다진 오뚜기는 소비자의 변화하는 식생활에 맞춰 제품군을 세분화하는 데도 속도를 냈다.


대표적인 사례가 1인 가구를 겨냥한 브랜드 'UNO(우노)'다.


기존 냉동피자는 여러 명이 나눠 먹는 원형의 대용량 제품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1인 가구가 증가하고 혼자 간편하게 식사를 해결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피자의 크기와 형태에도 변화가 필요해졌다.


오뚜기는 2019년 지름 7인치의 미니 사이즈 'UNO 피자'를 선보이며 소규격 시장 공략에 나섰다. 한 판을 혼자 먹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크기로 줄여 남은 피자를 보관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어낸 것이 특징이다.


이후 숟가락으로 떠먹는 'UNO 컵피자',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UNO 사각피자'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했다. 소규격 라인업도 UNO 브랜드를 중심으로 통합·재편하며 제품 정체성을 강화했다.


제품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냉동피자를 즐기는 상황도 달라졌다. 한 끼 식사뿐 아니라 간식이나 야식 등으로 활용 범위가 넓어졌고, 별도의 커팅 과정 없이 전자레인지나 에어프라이어로 조리할 수 있어 편의성도 높아졌다.


판매 채널 역시 대형마트에서 편의점과 온라인몰 등으로 확대됐다. 소비자가 자신의 생활 방식에 맞춰 필요한 만큼 구매할 수 있도록 접점을 넓힌 것이다. UNO는 이 같은 소규격·간편식 수요에 대응하는 오뚜기의 주요 제품군으로 자리 잡았다.


한편으로는 가격 대비 성능을 중시하는 '가성비' 수요를 넘어 맛의 완성도를 중시하는 프리미엄 시장에도 눈을 돌렸다.


오뚜기는 2021년 크러스트 피자 3종을 출시하며 차별화된 식감과 토핑을 앞세운 제품군을 강화했다. 이어 올해에는 나폴리 스타일을 구현한 '피자이딸리아나'를 비롯해 출시 10주년 기념 제품인 '멕시칸 미트앤치즈 피자', '아메리칸 바비큐 피자' 등을 선보이며 선택의 폭을 넓혔다.


이러한 제품 다변화는 소비자가 냉동피자를 선택하는 기준이 세분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저렴한 가격에 피자를 먹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구매 이유였다면, 이제는 식사 인원과 취향, 원하는 토핑과 식감에 따라 제품을 고르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오뚜기오뚜기가 지난 2월 출시한 나폴리식 냉동피자 '피자 이딸리아나' 3종 / 사진 제공 = 오뚜기


오뚜기의 제품 전략 역시 하나의 대중적인 제품으로 폭넓은 소비자를 공략하는 데서 벗어나, 서로 다른 식생활과 소비 상황에 맞춰 선택지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진화한 셈이다.


냉동실을 벗어난 피자... '제품'을 넘어 '브랜드 경험'이 되다


오뚜기의 시선은 이제 제품 그 자체를 넘어 '소비자가 브랜드를 경험하는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다. 제품의 맛과 가격, 용량만으로는 확실한 차별화를 이루기 어려워진 만큼,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혀 브랜드에 대한 친숙도를 높이는 일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Z세대를 비롯한 젊은 소비층을 중심으로 식품을 단순한 먹거리가 아닌 캐릭터, 콘텐츠, 문화생활과 연계해 경험하고 즐기는 소비 경향이 확산하면서 식품업계의 마케팅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오뚜기는 이러한 흐름에 맞춰 최근 1인용 피자 브랜드 'UNO(우노)'와 인기 캐릭터 '마루는 강쥐'의 협업을 진행하고,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2026' 등 대형 음악 축제 현장에도 참여하며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이는 대형마트나 온라인몰 등 기존 판매 채널을 넘어 소비자의 여가와 문화생활 영역으로 브랜드 경험을 확장하려는 시도다. 특히 젊은 층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제품을 접하고 브랜드에 대한 친숙함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497f2a7935144286a168f2a4797cee82.jpg지난 8월 오뚜기가 인기 캐릭터 '마루는 강쥐'와 협업해 내놓은 제품들 / 사진 제공 = 오뚜기


이는 냉동피자의 진짜 경쟁력이 제품 자체의 품질을 넘어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소비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강렬하게 기억되는지가 곧 최종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캐릭터 협업과 야외 페스티벌 참여는 냉동피자를 '냉동실 속 보관 식품'에 가두지 않고, '일상 속에서 함께 즐기는 브랜드'로 포지셔닝하려는 오뚜기의 명확한 행보로 풀이된다.


오뚜기는 앞으로 R&D센터와 마케팅팀의 협업을 강화하고, 체험형 프로그램에서 얻은 소비자 반응과 의견을 신제품 개발에 반영할 계획이다. 제품 개발과 소비자 경험을 연결해 변화하는 취향에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이러한 브랜드 활동이 실제 구매와 재구매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냉동피자는 결국 맛과 품질, 가격으로 평가받는 식품인 만큼 마케팅으로 높인 관심을 실질적인 제품 경쟁력으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출시 10주년을 맞은 오뚜기 냉동피자의 누적 판매량 1억6000만 개는 단순한 판매 실적을 넘어 국내 냉동피자 시장의 변화를 보여주는 지표다. 냉동피자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달라지고, 가격과 편의성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경쟁 기준이 맛과 품질, 소비 경험으로까지 확대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앞으로는 높아진 소비자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관건이다. 전문점 수준의 맛과 품질을 추구하면서도 냉동피자 특유의 가격 경쟁력과 편의성을 유지해야 한다. 제품군 확대와 마케팅을 통해 확보한 소비자 관심을 꾸준한 구매로 이어가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10년 전 '냉동피자도 맛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면, 앞으로는 '굳이 배달시키지 않아도 선택할 만한 피자'로서 경쟁력을 입증해야 하는 시점이다. 1억6000만 개의 기록을 넘어 오뚜기가 써 내려갈 다음 10년의 성적표는 결국 소비자의 식탁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기존 이미지지난 6월 출시된 오뚜기 '멕시칸 미트앤치즈 피자'와 '아메리칸 바비큐 피자' / 사진 제공 = 오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