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1월 08일(일)

구로구 미라화 시신, 中 불체자였다...유기 피의자들 구속영장 기각

서울 구로구의 한 주택가 쓰레기 수거 장소에서 발견된 미라화된 시신을 버린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60대와 80대 남성이 법원의 판단으로 구속을 피했다.


이들은 시신 유기 행위는 인정하면서도 당시 사람의 시체인지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사망자는 중국 국적 불법체류자로 파악되고 있으며 정확한 사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김지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사체유기 혐의를 받는 60대 김모씨와 사체유기교사 혐의를 받는 80대 김모씨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열고 두 사람에 대한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지금까지 확보된 증거와 범행 경위, 피의자들의 주거지와 개인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도주 우려나 증거인멸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봤다. 이에 따라 현 단계에서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80대 김씨의 경우 일정한 주거와 가족관계, 고령, 건강 상태, 범죄 전력 등을 고려했다. 60대 김씨는 자신의 행위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으며 벌금형을 초과하는 형사처벌 전력이 없다는 점을 참작했다.


두 사람은 과거 집주인과 세입자 관계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60대 김씨는 80대 김씨가 소유한 다세대주택에 살다가 다른 곳으로 이사한 뒤에도 집주인의 일을 돕는 등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미1.jpg서울 구로구 주택가 인근 쓰레기 더미에 미라화된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80대 김 모 씨(왼쪽), 60대 김 모 씨가 29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퇴장하고 있다. 2026.10.29 / 뉴스1


이들은 지난 22일 구로구의 한 다세대주택 인근 쓰레기 배출 장소에 시신을 버린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은 닷새 뒤인 27일 오전 11시쯤 쓰레기를 수거하던 구청 직원이 비닐과 신문지 등으로 감싼 시신을 발견하면서 알려졌다. 경찰은 신고를 받은 당일 오후 두 사람을 긴급체포했다.


경찰 조사에서 80대 김씨는 인형처럼 보이는 물건을 발견해 버리라고 지시했을 뿐 사람의 시신인 줄은 몰랐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60대 김씨도 시신 유기 행위 자체는 인정했지만 당시 물체의 정체를 정확히 알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60대 김씨는 물건을 옮기는 과정에서 사람의 시신일 가능성을 의심했으나 80대 김씨의 지시에 따라 버렸다는 취지의 진술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60대 김씨는 구속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는 과정에서 취재진이 혐의 인정 여부를 묻자 "예. 죄송하다"고 답했다.


취재진이 시신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고 묻자 "인형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반면 80대 김씨는 심문 후 취재진의 질문에 "귀가 약해서 못 알아듣는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했다.


사망자의 신원과 사망 경위를 밝히는 수사도 진행 중이다. 경찰은 변사자가 중국 국적의 불법체류자로 과거 80대 김씨 소유 다세대주택에서 아내와 함께 거주했던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사망자의 아내가 남편의 사망 사실을 신고할 경우 불법체류 신분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현장을 떠났을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정황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사망 원인도 규명되지 않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시신의 부패가 상당히 진행돼 정확한 사망 시점과 원인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구두 소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최종 부검 결과는 추후 나올 예정이다.


한편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두 사람은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게 됐다. 사건의 핵심은 시신 유기 과정에서 피의자들이 사람의 시신이라는 사실을 실제로 인지했는지와 변사자가 어떤 경위로 사망했는지를 확인하는 데 있다. 경찰은 최종 부검 결과와 관련자들의 진술 등을 토대로 사망 및 유기 경위를 밝혀야 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