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의 부친이자 현직 경찰 간부인 장 모 경감이 법정에 출석해 "그 당시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렇게 착한 아들이 그런 일을 저질렀다는 게 납득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26년 동안 경찰 조직에 몸담았던 그는 아들의 차량 내 혈흔을 닦아내고 집 안에 있던 훼손된 리얼돌을 직접 분해해 버린 인물이다.
광주지법 형사12단독 이승연 부장판사는 오늘(28일) 공무상비밀누설 및 증거인멸·은닉 방조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광주 광산경찰서 전 강력팀장 박 모 경감과 김 모 경사의 3차 공판을 심리했다. 이날 장 경감은 증인 신분으로 법정에 섰다.
증인신문에서는 장 경감이 아들의 범죄 흔적과 주요 물품을 처분한 구체적 정황이 쟁점으로 다뤄졌다.
뉴스1
장 경감은 후배 경찰관에게서 아들 차량의 열쇠를 넘겨받아 차 안에 묻은 혈흔을 직접 닦았고, 내부 집기류와 대형 케이블타이를 챙겨 나왔다. 이에 대해 그는 수사기관이 필요한 증거물 조사를 모두 마쳤을 것이라고 여겨 정리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주거지에서 찾아낸 훼손된 리얼돌 두 점을 해체해 타 지역에 분산 폐기한 경위를 두고 검찰과의 공방도 이어졌다.
검찰은 장 경감이 과거 조사에서 "가슴 부위를 도려내거나 허벅지를 찢어둔 상태를 보고 미친놈이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한 내용을 지적하며 성적 목적에 의한 살인 가능성을 인지했는지 캐물었다. 장 경감은 성적으로 왜곡된 인식을 가졌다고까지 깊이 생각하지는 못했다면서 유튜브나 SNS 등에서 허위 사실이 확산할 것을 걱정해 내다 버렸다고 해명했다.
장 경감은 재판을 마치고 나오며 취재진에게 피해자 고(故) 이채원 양을 향해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다만 증거인멸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한 채 착한 아들이 벌인 일이라 믿기지 않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현행 형법상 친족 간 특례 조항에 따라 장 경감 본인에게는 증거인멸 혐의가 적용되지 않는다. 반면 수사 기밀을 넘겨주거나 증거인멸 행위를 돕고 방조한 혐의를 받는 동료 경찰관 2명은 형사 재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