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약 6000억원을 들여 미국 앨라배마 공장의 하이브리드차와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생산 역량을 확대한다.
울산공장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던 투싼 하이브리드를 현지에서 직접 만들고, 내년 출시 예정인 싼타페 EREV의 생산 기반도 구축한다. 미국의 수입차 관세 부담을 줄이면서 현지 전동화 차량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다.
29일 현대차에 따르면 현대차 앨라배마 제조법인(HMMA)은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 공장에서 약 4억5000만달러(약 6046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28일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에서 열린 현대차 앨라배마 제조법인의 투자 발표 행사 / 미국 앨라배마 주정부
이번 투자는 현대차그룹이 2028년까지 추진하는 총 260억달러 규모의 미국 투자 계획 중 하나다. 투자가 완료되면 2005년 가동을 시작한 앨라배마 공장에 대한 누적 투자액은 약 22억달러로 늘어난다.
투자금은 신규 엔진 생산시설 확충과 EREV 기술 적용을 위한 설비 구축, 차세대 차량 생산라인 개선 등에 사용된다. 하이브리드차와 EREV에 필요한 엔진을 현지에서 생산할 수 있도록 파워트레인 제조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가장 큰 변화는 투싼 하이브리드의 미국 현지 생산이다.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는 투싼 하이브리드는 전량 울산공장에서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 앨라배마 공장에서는 가솔린 모델만 생산해 왔지만, 앞으로 하이브리드 모델까지 생산 차종을 확대한다.
투싼은 현대차의 미국 시장 주력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특히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투싼 가운데 하이브리드 모델이 차지한 비중은 31%에 달했다.
현지 생산 전환은 관세 부담을 줄이면서 미국 시장의 수요 변화에 더욱 유연하게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8일 경기도 파주 CJ ENM 스튜디오 센터에서 디 올 뉴 투싼 미디어 데이 / 인사이트
현대차는 하이브리드차에 이어 싼타페 EREV의 미국 현지 생산도 준비한다.
EREV는 전기모터로 바퀴를 구동하고, 내연기관 엔진을 발전용으로 활용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방식이다. 순수 전기차와 유사한 주행 경험을 제공하면서도 충전 시설과 주행거리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대차는 2027년 상반기 싼타페 EREV를 출시하고, 1회 충전과 주유로 960㎞ 이상 주행할 수 있는 성능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앨라배마 공장에서 EREV 생산을 위한 설비와 엔진 제조 역량을 갖추면 미국 시장에 신차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된다.
차세대 투싼과 싼타페 부분변경 모델의 생산 준비도 함께 진행한다.
현대자동차 투싼 / 현대자동차
신규 장비와 금형을 도입하고 기존 생산 인프라를 개선해 내연기관차부터 하이브리드차, EREV까지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갖춘 차량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앞서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9월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2026 오토모티브뉴스 콩그레스'에서 앨라배마 공장에 약 5억달러를 투자해 투싼 하이브리드와 싼타페 EREV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번 발표에서는 투자 규모와 구체적인 생산시설 확충 계획이 제시됐다.
마크 레이더 HMMA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이번 투자는 새로운 차량 생산과 엔진 제조 역량 확대, 첨단 구동 기술 도입을 지원할 것"이라며 "앨라배마 공장과 근로자, 지역 공급망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는 투자"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