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9일(목)

갈대밭 사이 노란 부리...천연기념물 철새 구미 나타났다

경북 구미시 해평면 해평습지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이자 천연기념물인 노랑부리저어새 7마리가 월동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통상 서해안과 남해안 일대에서 겨울을 나는 이 철새가 낙동강 중류 지역에 나타난 것은 매우 드문 일로 평가된다.


지난 27일 조류생태환경연구소는 해평습지 모래톱에서 실시한 모니터링 중 노랑부리저어새 7마리를 발견했다고 28일 발표했다. 이들은 갈대가 무성한 하천 주변에서 백로와 왜가리 무리와 함께 서식하고 있었다.


노랑부리저어새는 끝이 넓고 평평하게 생긴 노란색 부리가 가장 큰 특징이다. 주걱을 닮은 긴 부리를 물속에 넣어 좌우로 저으며 먹이를 찾는다고 해서 '저어새'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들의 주요 먹이는 어류와 조개류, 연체동물, 수서곤충 등이다.


구미시 해평면 해평습지의 모래톱에서 지난 27일 노랑부리저어새(붉은 점선) 7마리가 백로와 왜가리 무리 사이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조류생태환경연구소 제공구미시 해평면 해평습지의 모래톱에서 지난 27일 노랑부리저어새(붉은 점선) 7마리가 백로와 왜가리 무리 사이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 조류생태환경연구소


유라시아 대륙과 인도, 아프리카 북부에서 번식하는 노랑부리저어새는 겨울철이 되면 중국 동남부와 한국, 일본으로 이동한다.


국내에서 겨울을 보내는 개체는 300마리가 채 되지 않는다. 충남 서산 천수만, 낙동강 하구, 경남 창원 주남저수지, 경남 창녕 우포늪 등이 주요 월동지다.


박희천 조류생태환경연구소장은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달성습지와 금호강에서 극히 드물게 관찰되던 종"이라며 "낙동강 중·상류에 속하는 구미 해평습지에서 발견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천연기념물인 노랑부리저어새. 주걱처럼 생긴 긴 부리로 물속을 휘저으며 먹이를 찾는 습성 때문에 ‘저어새’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조류생태환경연구소 제공천연기념물 '노랑부리저어새' / 조류생태환경연구소


낙동강을 중심으로 약 900만㎡에 걸쳐 형성된 해평습지는 하천과 인근 농경지가 조화를 이루며 철새들에게 이상적인 서식 환경을 제공한다. 이곳에는 매년 재두루미, 흑두루미(천연기념물·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큰고니(천연기념물·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쇠기러기, 청둥오리 등 약 2만 마리의 겨울 철새가 찾아온다.


해평습지는 희귀 조류 출현지로도 주목받고 있다. 2024년 3월 22일에는 주로 해안가나 섬 지역에 서식하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알락꼬리마도요 한 쌍이 처음 관찰됐고, 지난 3월 18일에는 6마리가 동시에 발견되기도 했다.


박창언 조류생태환경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급격한 기후변화가 진행되면서 바람을 타고 이동하는 철새들의 경로가 점차 달라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노랑부리저어새와 알락꼬리마도요가 해평습지를 찾는 현상이 서식 환경 변화 때문인지, 기후로 인한 이동 경로 변화 때문인지 면밀한 조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