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4일(토)

"고통스러워해 한 번 더"... 법정서 충격 진술한 '층간소음 살인범'

층간소음 갈등 끝에 위층 주민을 살해한 20대 남성이 법정에서 "피해자가 고통스러워하자 목을 한 번 더 찔렀다"는 충격적인 진술을 했다. 재판부는 범행의 잔혹성 등을 고려해 검찰 구형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했다.


지난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법 제11형사부는 21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28)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5월 9일 오전 10시 40분쯤 대구 서구 평리동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위층에 사는 50대 남성 B씨를 흉기로 40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과다출혈에 따른 저혈량 쇼크로 1시간여 만에 숨졌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A씨의 범행은 치밀하게 계획됐다. 그는 집에서 잠을 자다가 '쾅' 하는 소리와 진동에 깨어나 위층에서 소음이 발생했다고 판단, 흉기를 챙겨 나와 아래층에서 B씨가 타고 내려오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A씨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B씨에게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두르는 장면이 담겼다. 특히 A씨는 범행 도중 자해한 뒤 쓰러진 B씨의 목을 다시 찌른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법정에서 "나를 일부러 괴롭히려고 층간소음을 낸 것으로 생각했다"며 "피해자가 소리를 내며 고통스러워하길래 마지막에 목을 한 번 더 찔렀다"고 진술해 방청객들에게 충격을 줬다.


두 사람의 갈등은 2023년 4월 B씨 가족이 입주한 직후부터 시작됐다. A씨는 약 3년간 층간소음으로 고통받았다며 1,270만 원을 들여 방음부스를 설치하고 헤드폰까지 착용했으나 소음과 진동이 계속됐다고 주장했다. 지난해에는 양측이 층간소음 문제로 다투다 경찰이 출동해 중재하기도 했다.


하지만 피해자 가족의 입장은 달랐다. B씨의 딸은 법정에서 "평소 슬리퍼를 신고 소음방지 매트를 설치하는 등 많은 주의를 기울였다"며 "고의로 소음을 내며 누군가를 괴롭히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B씨 가족은 반복되는 항의에 실내화를 신고 소음 방지 매트를 깔는 등 조치를 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재판 과정에서 소음의 실제 원인을 두고 공방도 이어졌다. 해당 아파트에서는 배관 하자가 확인돼 엘리베이터에 안내문이 게시됐고, 소음과 진동을 해결하기 위한 압력탱크 교체 작업도 진행됐다. 재판부는 A씨가 주장하는 층간소음이 모두 피해자 가족 때문에 발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 측은 정신적 문제로 범행에 이르렀다며 심신미약을 주장했으나, 전문의 정신감정 결과 별다른 이상은 확인되지 않았다. 재판부 역시 "정신병적 수준의 피해망상으로 판단하기에는 의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한 배심원 7명은 전원 유죄로 판단했다. 이 가운데 5명은 징역 30년, 나머지 2명은 징역 25년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는 검찰이 구형한 징역 20년보다 모두 무거운 형량이다.


재판부는 "피고인 자신도 층간소음이 피해자 가족에 의해 발생한 것인지 확신하지 못했다"며 "목과 폐, 장기 등을 수십 차례 찌르고 반성하지 않는 태도는 가중 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의 계획성과 잔혹성,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태도 등을 양형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A씨는 이전에 살던 주택에서도 이웃이 문을 세게 닫는 소리 등에 불편을 느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재판부는 이 같은 점을 들어 A씨가 소음에 대해 과민하게 반응하는 성향이 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