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되는 야생동물은 매년 늘고 있지만 정작 이들을 치료하는 구조센터의 예산은 대폭 삭감됐다. 전문인력 부족까지 겹치면서 야생동물 응급의료체계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9일 뉴스1 보도에 따르면,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안산시병)이 기후에너지환경부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전국 야생동물 구조센터가 구조한 건수는 2만 2889건으로 집계됐다.
전년 2만 1743건보다 5.3%, 2022년 2만 423건보다는 12.1% 증가한 수치다. 역대 최대 규모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전남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
야생동물 구조센터는 부상을 입거나 질병에 걸린 야생동물을 구조해 치료하고, 회복 후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일을 담당한다. 야생동물에게는 응급실과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북부가 2022년 475건에서 지난해 1006건으로 111.8% 급증해 가장 큰 폭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경북도 같은 기간 369건에서 740건으로 100.5% 늘었고, 서울은 1751건에서 2415건으로 37.9% 증가했다.
문제는 구조 건수는 늘었지만 예산은 오히려 줄었다는 점이다. 2027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영된 전국 구조센터 운영비는 총 27억 3700만 원이다. 올해 32억 2000만 원과 비교하면 4억 8300만 원(15%)이나 감소한 액수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당초 36억 7600만 원을 요구했으나 기획재정부 심사 과정에서 9억 3900만 원(25.5%)이 깎였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뉴스1
전국 17개 센터 중 광주와 제주를 제외한 15곳의 운영비가 줄어들었다. 충남은 올해 4억 8500만 원에서 내년 2억 8500만 원으로 41.2% 감소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인력 부족 문제도 심각하다. 경북 구조센터는 2022년보다 구조 건수가 두 배 가까이 늘었지만 근무 인력은 전국에서 가장 적은 5명에 그쳤다. 수의사 2명과 일반직 3명만으로 운영되고 있어 추가 수의사와 질병연구자 충원이 시급한 상황이다.
올해 9월 기준 전국 구조센터 인력은 총 147명으로 집계됐다. 수의사 55명, 질병연구자 23명, 일반직 69명이다. 대전과 강원, 충남, 경북에는 야생동물 질병을 연구하는 전문인력이 단 한 명도 배치되지 않았다.
전문인력이 부족한 데다 운영비까지 줄면 의약품 구입과 신규 인력 채용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기존 인력의 업무 부담이 늘어나면서 구조된 동물에게 적절한 치료를 제때 제공하지 못할 우려도 제기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뉴스1
박해철 의원은 "구조 건수가 늘어난 센터까지 예산을 일괄 삭감하는 것은 야생동물 응급의료체계의 기본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국정감사와 예산심사 과정에서 야생동물 응급의료체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박 의원은 최근 야생동물 복지 증진을 위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과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야생생물법의 목적에 '동물복지 증진'을 명시하고, 야생동물 유기 처벌과 구매자 사육교육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동물원과 수족관의 허가를 4년마다 갱신하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