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서 중복상장 저촉 판단 언급...국내 증권신고 대상 여부는 유권해석 대기
BI는 외부 자본 유입 효과 주목...공모가격·투자처 따라 하이닉스 주주 손익 달라져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솔리다임의 미국 상장 추진에 개인의견을 냈다. SK하이닉스 주주가치 훼손을 우려한 발언이지만, 해외에서는 솔리다임의 외부 자본 조달이 하이닉스의 투자 부담을 덜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찬진 금감원장 / 뉴스1
줄어드는 지분과 새로 들어오는 자금을 함께 놓고 주주 손익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는다.
19일 이 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솔리다임 상장 관련 질의에 "중복상장에 저촉된다는 판단은 금융위원회도, 금감원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증권신고 대상 여부에 대해서는 금융위의 유권해석을 기다리고 있다며 가능한 조치를 최대한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플래시·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업을 인수하면서 출범한 미국 기업이다. 최근 미국 상장 준비에 관한 보도가 이어졌지만, SK하이닉스는 상장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지분은 줄어도 투자재원 늘어...하이닉스 부담 덜 가능성
솔리다임 상장을 둘러싼 우려는 기존에 하이닉스 주주에게 귀속되던 자회사 이익 일부를 외부 투자자와 나누게 된다는 데서 출발한다. 투자자가 솔리다임 주식을 직접 살 수 있게 되면 하이닉스를 통한 간접 투자 매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신주 발행으로 외부 투자자를 받으면 솔리다임에는 새로운 자본이 들어온다. 지분율 하락만으로 주주가치 훼손 규모를 확정할 수 없는 이유다. 얼마의 가치를 인정받고 지분을 내주는지, 조달한 돈으로 얼마나 이익을 늘리는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는 이 자금 유입 효과에 주목했다. 연합뉴스가 전한 BI의 지난 15일 보고서에 따르면 솔리다임이 외부에서 투자재원을 확보할 경우 기업용 SSD 생산능력 확대와 연구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자체적으로 마련할 수 있다. 하이닉스는 솔리다임에 추가로 투입할 자금을 HBM과 서버용 D램 등 다른 사업에 배분할 여력을 얻는다.
이는 솔리다임의 공모대금이 곧바로 하이닉스 본사로 들어온다는 의미는 아니다. 신주 발행 대금은 발행회사에 귀속된다. 솔리다임이 자체 투자비를 충당하는 만큼 모회사의 추가 출자 부담은 낮아진다. 구주매출이 포함된다면 대금의 귀속과 활용 효과는 주식을 매각하는 주체에 따라 별도로 따져야 한다.
하이닉스가 솔리다임 지분 전부를 유지하며 투자비를 부담하는 경우와, 일부 지분을 외부에 내주고 투자재원을 확보하는 경우의 비교도 필요하다. 후자의 효과를 판단하려면 지분 희석 규모에 더해 조달비용, 투자수익, 모회사에 남는 자금 여력까지 계산해야 한다.
BI는 솔리다임이 하이닉스 전체 순이익의 약 10%를 차지하고 외부 투자자가 솔리다임 지분 10%를 보유한다는 가정 아래, 하이닉스 주당순이익(EPS) 감소 영향을 약 1%로 계산했다. 확정된 공모조건을 반영한 전망은 아니며, BI 역시 다층 지배구조에 따른 기업가치 할인 가능성은 인정했다.
'저촉' 판단과 주주 손익은 별개...공모조건·사용처가 관건
솔리다임은 하이닉스 내부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만든 회사와도 출발점이 다르다. 인텔에서 인수한 해외 사업을 토대로 설립됐다. 다만 인수대금을 하이닉스가 부담했다는 부분은 고려가 필요하다.
금융당국은 중복상장을 예외 없이 막지는 않는다. 금융위가 발표한 중복상장 제도는 모회사 주주에 대한 영향평가와 보호방안 마련, 주주소통, 이사회 결의와 공시 등을 요구한다. 해외 거래소에 자회사를 상장하는 경우에도 모회사 이사회의 의무를 적용하도록 했다.
따라서 중복상장 규율 대상에 해당하는지, 구체적인 의무를 위반했는지, 실제 주주 손실이 발생하는지는 구분해야 한다.
이 원장의 '저촉' 발언에도 이 구분에 대한 설명이 뒤따라야 한다. 규율 대상이라는 뜻인지, 특정 의무의 위반을 판단했다는 뜻인지에 따라 시장이 받아들이는 의미가 달라진다. 주주보호를 위한 경고라면 어떤 조건에서 어떤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지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