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북한군 포로 2명의 한국행을 허용한 결정에 감사 서한을 보냈다.
9일 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서한에서 "북한군 포로 리모씨와 백모씨의 자유의사를 존중해 한국행을 허용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대승적 결정을 환영하며 깊은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는 "보편적 인권과 국제법, 인도주의 원칙에 근거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북한군 포로 문제 처리가 우크라이나 국민이 선출한 국가원수이자 군 통수권자로서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 뉴스1
나 의원은 정부의 박기창 주우크라이나 대사 소환 결정을 비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북한군 포로를 한국으로 보냈다는 사실을 공개한 것이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가 이토록 격노하며 대사 소환이라는 극단적 조치까지 취할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절차상의 공개 여부에 일부 이견이 있고 유감스러운 점이 있다 하더라도, 본질적으로 양국이 머리를 맞대고 서로에게 감사해야 할 인도주의적·안보적 성과"라고 덧붙였다.
나 의원은 "MDL 지뢰로 우리 장병을 해친 북한이나 침략국 러시아에는 말 한마디 못 하면서 우크라이나의 북한군 포로 송환 은혜를 원수로 갚는 이재명 정권, 거꾸로 가도 한참 거꾸로 간다"고 비판했다.
나 의원 측은 서한을 우크라이나 정부 측에 온라인으로 발송했다. 외교 채널을 통해 실물로도 전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Facebook '나경원'
※ 아래는 나경원 의원의 국문 서한 전문이다.
친애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께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이자 대한민국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으로서 북한군 포로 리모씨와 백모씨의 자유 의사를 존중하여 한국행을 허용한 젤렌스키 대통령 귀하의 대승적 결정을 환영하며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우리는 보편적 인권과 국제법, 인도주의 원칙에 근거한 젤렌스키 대통령 귀하의 북한군 포로 문제 처리가 우크라이나 국민이 선출한 국가원수이자 군통수권자로서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음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2014년 2월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과 뒤이은 돈바스 일대 점령, 그리고 2022년 2월 24일 시작된 러시아의 전면 침공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 귀하는 수도 키이우에 남아 항전 의지를 밝혔습니다.
그리고 젤렌스키 대통령 이하 우크라이나 국민은 4년 7개월이 넘게 러시아의 무자비한 침략전쟁에 맞서 크나큰 희생을 감수하면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숭고한 싸움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우크라이나 국민은 자유와 독재를 가르는 최전선에서 자유(freedom)는 공짜(free)가 아니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 대한민국 국민도 서울로부터 불과 60km 북쪽에 그어진 자유와 독재를 가르는 선을 안고 살고 있습니다. 국제법과 보편적 인권이 유린되고, 정글의 법칙만이 판을 치는 무법 시대가 온다면 오늘은 우크라이나의 차례이지만 내일은 대한민국의 차례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는 자유를 사랑하는 나라들과 사람들이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고, 우크라이나 국민과 연대하는 이유입니다.
76년 전 우리 대한민국 국민은 민족 정체성 말살을 위해 우리 말 사용조차 탄압받던 가혹한 일제 식민통치로부터 해방된지 5년, 공산세력의 반대를 극복하고 국민이 선출한 최초의 민주 정부가 수립된지 2년만에 소련과 중공의 지원을 받은 북한군의 불법남침으로 시작된 6.25전쟁의 참화를 통해 자유와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6.25전쟁 말 대한민국 정부는 북한으로의 송환을 반대했던 ‘반공 포로’를 일방적으로 석방시켜 가며 포로 개개인의 자유 의사에 따른 처리 원칙을 관철시키려 하였습니다. 그러나 1953년 정전협정 체결 후 북한은 미송환 국군포로 수만 명을 평생 탄광 등에서 강제노역을 시켰고, 1990년대 후 탈북에 성공하여 귀환한 80명을 제외한 대부분은 북한의 산간 오지에서 죽어갔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 귀하는 지난 수년간 러시아에 억류된 우크라이나군 포로의 안위를 걱정하며 이들의 송환을 위해 러시아와의 포로 교환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북한군 포로 2명을 송환해 주면 러시아에 억류된 우크라이나 국민 수천 명을 석방하겠다는 파격적 제안을 했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습니다.
자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보호할 무한 책임이 있는 한 나라의 지도자가 이러한 제안을 거절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입장을 바꿔 우리 정부가 적국에 억류된 우리 국민의 석방 기회를 포기하면서까지 적국 포로의 자유 의사를 존중하여 제3국으로 보낼 수 있었을지 고민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의 생명과 인권은 고귀하며, 한 사람의 목숨을 도구화하거나 희생시켜 다른 사람의 목숨과 맞바꿀 수 없다는 원칙은 한국과 우크라이나와 같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 공유하는 가치입니다. 자유·민주주의·인권·법의 지배와 같은 보편적 가치는 준수하기 가장 어려운 순간에 준수할 때 가장 진정으로 빛을 발휘합니다. 북한군 포로 리모씨와 백모씨를 한국으로 보낸 젤렌스키 대통령 귀하의 선택은 우크라이나가 왜, 무엇을 위해 러시아의 불법 침략에 맞서 싸우고 있는지를 만천하에 보여줬습니다.
지난 9월 24일 북한군 포로의 한국행을 밝힌 유엔 총회 연설에서 젤렌스키 대통령 귀하는 왜 북한 사람들이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전쟁에서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 귀하께서도 얘기했듯이 북한 정권은 이들의 자유를 빼앗고, 선택할 권리를 빼앗고, 무슨 일이 있어도 죽어야 한다고 주입시켰습니다. 북한군 포로 리모씨와 백모씨도 북한 정권에게 세뇌당한 노예로 김정은에게는 화폐처럼 써버리면 그만인 존재입니다.
우리 대한민국 국민에게 북한 사람들은 그저 아무나(anybodies)가 아니며, 귀순 의사를 밝힌 북한 사람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국가로부터 기본적 인권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우리는 북한군 포로 리모씨와 백모씨에게 대한민국에서 새롭게 살아갈 새 생명을 부여한 고심 끝에 내린 젤렌스키 대통령 귀하의 결정에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하며, 이를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2026년 10월9일
대한민국 국회의원
나 경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