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57년 차 사극 배우 임병기가 드라마 촬영 중 겪은 생사의 고비와 위암 투병 사실을 공개했다.
임병기는 지난 16일 방송된 TV CHOSUN '퍼펙트라이프'에 출연해 "그간 강녕하셨는지요"라며 사극 특유의 말투로 시청자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올해 77세인 그는 '한명회' '장녹수' '용의 눈물' '태조 왕건' '불멸의 이순신' '대조영' 등 200여 편의 드라마에 얼굴을 비추며 사극 연기의 대가로 자리매김했다.
임병기는 13년 동안 단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사극에 출연한 독보적인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무거운 의상과 분장, 승마까지 요구되는 사극 촬영의 고단함을 감내하면서도 역사 속 인물을 현실로 끌어내는 사극 연기의 매력에 빠져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사극 촬영 현장에서 그가 치른 대가는 컸다. 임병기는 "사극을 찍으면서 고생을 많이 했다. 다친 배우 중에 제가 가장 많이 다쳤다"며 "여러 번 죽다 살아났다"고 말문을 열었다.
TV CHOSUN '퍼펙트라이프'
가장 심각했던 사고는 2002년 '태조 왕건' 촬영 당시 발생했다. 낙마 사고로 머리를 바위에 부딪친 임병기는 두개골 골절로 대학병원에서 7일간 혼수상태에 빠졌다. 이 사고로 고관절이 괴사돼 인공관절 수술까지 받았고, 결국 장애 5급 판정을 받기에 이르렀다.
2003년 '왕의 여자' 촬영 때는 민속촌에서 또 다른 사고를 당했다. 빗길에 말이 미끄러지면서 말에 깔리지 않으려고 몸을 굴렸는데, 나무에 부딪쳐 갈비뼈 7대가 부러졌다.
응급실에서 응급처치를 받아야 했다. 신승환은 "현장에서 유명한 불멸의 사나이"라며 임병기의 프로 정신을 전했다.
TV CHOSUN '퍼펙트라이프'
부상만이 아니었다. 불규칙한 드라마 촬영 일정 탓에 생활 습관이 무너지면서 위장이 망가졌고, 2020년에는 위암 수술을 받았다. 임병기는 가로세로 4cm 크기의 종양을 제거했다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그는 "소화불량이 있었고 속도 쓰렸다. 식사만 하면 더부룩해서 소화제를 먹었다"며 "나이 들면 누구나 다 그런가보다 싶어서 노화 탓으로만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가끔 위를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있었지만 촬영 스트레스 때문이라고만 여겼다는 것이다.
임병기는 "사극을 할 때라 밤샘 촬영을 하고 새벽에 컵라면으로 대충 끼니를 때우고 찍고 그랬다"며 후회스러운 마음을 드러냈다. 위암 수술 3년 후 검사에서는 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선종성 용종이 발견돼 제거했다고 밝혔다.
TV CHOSUN '퍼펙트라이프'
선종성 위 용종은 방치할 경우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위암 절제술 후 재발 가능성은 60%에 달하며, 4기 말기 위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10%에 불과하다. 배우 장진영과 김일우도 위암 진단 후 세상을 떠나 많은 이들에게 안타까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