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20일(일)

24년 만에 베니스 은사자상 받은 이창동 "수상 전 조여정에게 '좋은 꿈' 샀다"

지난 12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베니스 리도섬 '팔라초 델 시네마'에서 열린 수상자 기자회견에서 이창동 감독이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은사자상인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직후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 감독은 "타인의 고통을 영화에 어떻게 담아야 하는지 스스로에게도 질문하고 관객들과도 이를 나누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가능한 사랑'으로 이번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베니스 경쟁부문에서 황금사자상 다음으로 권위 있는 상을 한국영화와 한국 감독이 받은 것은 처음이다.


image.png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공식 유튜브


이 감독은 "관객과 좀 더 깊이 만나고 싶고, 영화에 담은 질문과 관객들의 생각이 만났으면 좋겠다"며 "이 상은 그런 걸 격려하는 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상 전 조여정에게 꿈을 샀다는 이야기도 공개했다. 이 감독은 "조여정 씨가 좋은 꿈을 꿨다고 해서 샀다. 한국에는 그런 풍습이 있다"며 "그 꿈이 이 행운을 가져온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능한 사랑'은 해고 노동자 호석(설경구)과 그의 아내 미옥(전도연),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조여정)와 그의 남편 상우(조인성) 등 두 부부가 다큐멘터리 제작 과정에서 만나 서로 다른 삶과 숨은 욕망을 마주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감독은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영화에 대한 고민이 점점 깊어져가는 시대"라며 "사람들이 극장에 모이기도 힘들어하고, 영화를 통해 나눴던 관계들이 끊어지는 상황에서 어떤 영화를 만들어야 할지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origin_가능한사랑이창동감독.jpg뉴스1


이 감독은 영화 제작 배경에 대해 "이야기의 시작은 10여년 전 한국에서 일어났던 대기업의 정리해고 사태였다"며 "노동자들이 파업을 했고 이것을 강제진압하는 과정에서 사회적인 충격도 있었고 나도 많은 충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당초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려다 중단했던 사연도 공개했다. 이 감독은 "내가 과연 그 영화를 만들 수 있는지, 자격이 있는지 확신할 수 없어서 접었었다"면서 "많은 시간이 지난 뒤에 다큐멘터리 감독이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찍는 이야기로 새롭게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타인의 고통을 종종 영화를 위해서 소비하는 경우가 많은데, 영화 만드는 사람들이 타인의 고통을 어떻게 영화에 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도 하고 관객들과도 나누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이번 수상은 이 감독에게 24년 만에 다시 베니스에서 받은 은사자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image.png넷플릭스


이 감독은 2002년 '오아시스'로 은사자상에 해당하는 감독상과 국제비평가연맹상, 신인상(문소리)을 받은 바 있다. 이번에는 '가능한 사랑'으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데 이어 국제비평가연맹상까지 추가로 받았다.


한국영화가 베니스 경쟁부문에서 수상한 것은 2012년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황금사자상을 받은 이후 14년 만이다.


'가능한 사랑'은 제99회 아카데미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 한국 출품작으로 선정된 데 이어, 토론토·뉴욕·산세바스티안·취리히·밴쿠버·부산국제영화제 등 세계 주요 영화제 초청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오는 23일 일부 극장에서 개봉, 11월 6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