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20일(일)

네팔 대홍수 시신 신원 확인 지연... 유가족 인계율 7% 불과

히말라야 상류 대홍수로 1300구를 웃도는 시신이 수습된 네팔에서 전문 인력 부족과 시신 훼손으로 신원 확인 작업이 극심한 정체에 빠졌다.


전체 수습 시신 가운데 유가족 품으로 돌아간 비율은 7%대에 불과하며, 당국은 인공지능(AI) 얼굴 인식 기술까지 투입해 감식에 속도를 내고 있다.


11일(현지 시간) 현지 일간 카트만두 포스트와 스페인 EFE 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네팔과 중국 국경 지대에서 발생한 대홍수로 전날까지 총 1377구의 시신이 발견됐다. 그러나 신원 확인을 마쳐 유가족에게 인계된 시신은 102구로 전체의 7.4%에 머물렀다.


인사이트GettyimagesKorea


신원 확인이 늦어지는 주원인은 유전자 정보(DNA) 분석 인프라의 한계다. 현재 네팔 내에서 DNA 감식을 수행할 수 있는 기관은 경찰 중앙법의학연구소와 국립 법과학연구소 등 단 두 곳에 불과하다. 이들 기관의 연간 처리 용량은 통상 1000건 미만이지만, 참사 이후 2600건이 넘는 시료가 일시에 쏟아지며 행정 시스템이 마비됐다.


전문 인력과 분석 장비 부족도 발목을 잡았다. 전직 국립 법과학연구소장 지반 리잘 박사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는 항상 인력이 부족했다"며 "검사에 필요한 화학물질과 시약은 비싸서 조달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네팔 경찰 연구소에는 인도 전문가 19명과 중국 전문가 4명이 긴급 투입됐고 한국 해외긴급구호대(KDRT)도 현장 지원에 나섰으나 수습 물량을 소화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태다. 리잘 박사는 "외국인 실종자도 많다"며 "가능한 한 많은 해외 전문가를 활용해 신원을 신속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거센 토사와 급류에 휩쓸린 시신의 훼손 상태가 심각한 점도 감식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부패가 진행된 시신의 경우 연조직 대신 치아나 뼈에서 시료를 추출해야 하므로 판독에 수배의 시간이 소요된다.


감식 지연이 이어지자 당국은 AI 기술을 접목한 보완책을 가동했다. 미국 기술 기업 나우트르키트는 AI 얼굴 인식 시스템인 '페이스태그'를 지원해 수습된 시신 사진과 가족들이 제출한 실종자 데이터베이스를 대조하고 있다. 시스템이 일치 확률이 높은 5~10명의 후보군을 1차 선별하면 법의학팀이 정밀 검증을 진행하는 구조다.


사마르 판티 나우트르키트 설립자는 칸티푸르와의 인터뷰에서 "기술을 활용해 일치 가능성이 있는 대상을 식별한 뒤 그 정보를 네팔 경찰이나 관련 정부 기관에 넘겨 공식적으로 검증을 받게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등록된 실종자 500여 명 중 90여 명의 신원이 이 시스템을 통해 1차 특정됐다.


다만 디지털 기술의 한계도 공존한다. 아비 나라얀 카플레 네팔 경찰 대변인은 "AI가 식별할 수 없는 시신도 많다"며 외상이나 부패가 심한 사체는 결국 전통적인 정밀 DNA 분석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