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20일(일)

지스타가 전부였던 시대는 끝났다... 무대 고르는 게임사들

한때 게임업계의 신작 공개 공식은 단순했다. 대형 게임사가 신작을 준비하면 지스타에 들고나왔고, 이용자들은 부산 벡스코에 모여 처음 공개되는 게임을 체험했다. 


지스타가 국내 최대 게임 행사인 동시에 '신작 발표'의 상징적인 무대였던 셈인데, 이러한 분위기는 해를 거듭할수록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3N'으로 불리는 국내 대형 게임사 넥슨, 넷마블, 엔씨가 모두 불참하면서 매년 조금씩 거론되던 '지스타 위기설'이 또 한 번 불거졌다.


표면적으로는 특정 행사에 대한 3N의 불참 소식이나, 업계 안팎에서는 이를 게임사들의 오프라인 전략 변화로도 바라본다. 신작 공개 무대가 더 이상 지스타뿐만이 아닌 데다, 게임의 성격·공략 시장 설정에 따라 무대를 옮겨 다니는 게보다 효율적인 선택이 됐다는 분석이다.


인사이트'지스타 2025' / 뉴스1


일본 도쿄에서 열린 TGS는 신작 서브컬처 각축장으로 떠오르고 있는데, 실제로 올해 국내 게임사의 'TGS 2026' 출품작을 보면 이러한 변화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넥슨은 신작 서브컬처 게임 '파레이돌리아'를, 넷마블은 '펄 인 블루', 엔씨는 '아스트라에 오라티오' 등 일본 이용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서브컬처 장르를 잇달아 공개한다. 일본 시장을 겨냥한 게임인만큼 실제 이용자의 반응을 확인하고 현지 팬덤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스타보다 TGS가 더 유리한 셈이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대형 신작 역시 비슷하다. 엔씨와 크래프톤은 최근 독일 쾰른에서 열린 '게임스컴 2026'에서 글로벌 신작을 공개했다. 게임스컴은 세계 최대 게임 전시회로 꼽히는 만큼 해외 이용자와 미디어,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번에 끌어모을 수 있다. 해외 매출 비중이 게임사의 수익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 점을 고려하면 이 또한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선택이 됐다.


사진 제공 = 일본 컴퓨터 엔터테인먼트 협회(CESA)사진 제공 = 일본 컴퓨터 엔터테인먼트 협회(CESA)


이용자와 소통하는 방식도 다양해졌다. 오프라인 전시회가 유일한 창구였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유튜브 쇼케이스와 라이브 방송, 디스코드 커뮤니티, 자체 팬 페스티벌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용자를 만날 수 있다.


넥슨의 '메이플스토리'와 '블루 아카이브' 엔씨의 '아이온2' 등 인기 IP들은 자체 행사만으로도 수만 명의 이용자를 끌어모을 수 있는 수준의 팬덤을 확보했다. 다시 말해 굳이 다른 게임들과 관심을 나눠 가져야 하는 종합 게임쇼에 의존할 필요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게임사들의 지스타 참가 부담은 오히려 커졌다. 대형 부스 설치 비용과 운영 인력, 시연 버전 개발 등에 적지 않은 비용이 들고 무엇보다 행사 시점에 맞춰 공개할 만한 신작을 준비해야 한다는 압박도 존재한다.


대형 MMORPG 하나가 수년간 회사를 먹여 살리는 구조 대신 여러 장르의 게임을 동시 운영하는 시대가 되면서, 모든 역량을 특정 행사에 집중할 유인도 예전보다 줄어들었다.


사진 제공 = 넥슨사진 제공 = 넥슨


다만 지스타의 의미가 퇴색된 것은 아니다. 여전히 지스타는 국내 이용자들과 직접 만날 수 있는 최대 규모 행사고, 실적으로 3N을 제친 크래프톤은 지난 2017년부터 올해까지 10년 연속 지스타에 참가한다.


지스타에 참가하는 대형 게임사의 존재감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나, 이는 지스타의 권위 추락, 몰락 등으로 해석하기보다 지스타의 역할이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적절하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지스타가 신작 발표의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글로벌 이용자와 팬덤을 어디서 만날 것인지'가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게임사들이) 행사에 맞추기보다 게임에 맞는 행사를 고르는 방향으로 (흐름이) 바뀌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느 행사에 나가느냐가 아니라, 어떤 이용자를 만나기 위해 그 무대를 선택했는지에 초점을 두고 바라보면 이번 3N의 지스타 불참이 조금은 다르게도 읽힌다. 


인사이트'2025 TGS' 현장 모습(좌), (위쪽부터) 넥슨 '파레이돌리아', 넷마블 '펄 인 블루', 엔씨 '아스트라에 오라티오' / 사진 = 'TGS 2026' 사무국, 각사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