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20일(일)

"강간은 조용히"... '장윤기 사건' 수사 축소 지시한 前국가수사본부장 기소

광주지검이 '장윤기 사건' 수사 과정에서 스토킹과 성폭행 혐의를 축소 지시한 혐의로 박성주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을 비롯한 경찰 간부 4명을 기소했다.


2일 검찰은 박 전 본부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5월 장윤기 사건 처리 당시 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장과 여성청소년범죄수사과장 등 경찰 간부 3명도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장윤기 / 뉴스1장윤기 / 뉴스1


박 전 본부장 등은 광주 광산경찰서 수사팀이 수차례 사건 병합을 건의했음에도 장윤기의 스토킹·강간 혐의를 축소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러한 지시가 광산서 수사팀의 강간살인죄 혐의 규명을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광산서 수사팀은 수사 과정에서 장윤기가 여고생 살해 이틀 전인 5월3일 평소 알던 외국인 여성의 주거지에 침입해 강간하고 스토킹한 사실을 파악했다. 경찰은 당시 스토킹 피해 여성의 112신고를 받고도 정식 사건으로 접수하지 않고 현장에서 종결했으며, 신고자 안전 확인을 위한 사후 콜백도 실시하지 않았다.


수사팀은 살인 사건과 스토킹·강간 사건의 밀접한 연관성을 확인하고 5월8일 두 사건을 병합 수사하겠다고 국수본에 보고했다.


하지만 박 전 본부장은 3월14일 경기 남양주시에서 발생한 스토킹 살인 사건에 대한 경찰의 부실 대응으로 여론이 악화된 상황을 고려해 두 사건 분리 수사를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사이트박성주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 뉴스1


검찰 조사 결과 박 전 본부장은 "강간은 조용히 하자", "일부러 숨기는 것은 아닌데, 굳이 우리가 먼저 꺼낼 것은 아니지 않나" 등의 말로 광산서 수사팀의 사건 병합 건의를 여러 차례 묵살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수사팀은 장윤기를 살인 혐의로만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보완수사를 거쳐 장윤기를 무기징역형 이상으로만 처벌 가능한 '강간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최근 광주지법 결심 공판에서 장윤기에게 사형을 구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