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21일(월)

4963만명을 무료로 연결해온 카톡...카카오가 본체까지 나눈 이유

기본 메시징 이용료 0원...2분기 톡비즈, MAU로 단순 환산하면 월 4320원

이사회 비경상 안건 85%가 자회사 문제...카톡·AI에 돈과 시간 집중


국내 4963만명이 매달 카카오톡을 연다. 가족의 안부부터 회사 업무, 학교 공지, 주문과 결제, 본인인증까지 하루의 크고 작은 일이 카톡을 거친다. 이용자가 내는 기본 메시징 요금은 없다.


사진 제공 = 카카오사진 제공 = 카카오


15년간 무료로 일상을 연결해온 카카오가 내년 본체를 둘로 나눈다. 카카오톡과 인공지능(AI), 광고·커머스는 신설회사 카카오AI가 맡고 금융·콘텐츠·모빌리티 계열사와 투자 기능은 존속회사 카카오X가 가져간다.


카카오가 분할안과 함께 내놓은 숫자에는 그동안 본체가 떠안았던 부담도 담겼다. 최근 5년간 이사회가 처리한 비경상 안건 27건 가운데 23건이 자회사 지원과 구조개편이었다. 카카오톡과 AI에 투입해야 할 경영진의 시간과 자본을 계열사 문제에서 떼어내겠다는 결정이 뒤따랐다.


멈추면 국가기간망, 이용료는 0원


카카오의 올해 2분기 국내 카카오톡 월간활성이용자(MAU)는 4963만1000명이다. 같은 기간 광고·구독과 비즈니스 메시지, 선물하기·톡스토어 등이 포함된 톡비즈 매출은 6430억원을 기록했다.


이를 국내 MAU로 단순히 나누면 이용자 한 명당 월 4320원 수준이다. 이 금액도 이용자가 낸 카카오톡 메시지 이용료가 아니다. 광고주와 사업자가 집행한 광고·비즈니스 메시지, 카카오톡 안에서 이뤄진 상품 거래 등이 함께 들어 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통신 서비스는 가입자가 매달 이용료를 낸다. 카카오톡은 국민 대부분을 연결하고도 기본 메시징에 요금을 붙이지 않았다. 서버와 데이터센터, 보안과 장애 대응 비용을 먼저 부담하고 광고와 커머스에서 수익을 찾아왔다.


생각해보면, 사회가 카카오톡에 요구하는 책임은 유료 서비스에 뒤지지 않는다. 2022년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이 멈추자 당시 대통령은 "민간기업에서 운영하는 망이지만 국민 입장에서는 국가기간통신망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후 대규모 부가통신사업자와 데이터센터를 재난관리 체계에 포함하고 서비스 이중화와 복구 의무를 강화했다.


AI 투자비도 실적에 먼저 찍히고 있다. 카카오의 올해 2분기 AI 사업 영업손실은 580억원이다. AI 손익을 제외한 카카오 별도 영업이익 1840억원의 31.5%에 해당한다. 같은 기간 서버 구매가 집중되면서 설비투자비는 1880억원으로 1년 전보다 885억원 늘었다. 외주·인프라비도 2230억원이 투입됐다.


카카오는 이 비용과 경영 역량을 카카오톡과 AI에 먼저 투입하기 위해 자회사 관리 기능을 떼어내기로 했다.


이사회 27건 중 23건이 자회사...본체의 시간부터 갈랐다


최근 5년간 카카오 이사회의 비경상 안건 27건 가운데 자회사 관련 안건은 23건으로 85%를 차지했다. 지난해 내부 투자심의기구가 다룬 32건 중에서도 27건이 자회사 지원과 구조개편에 관한 내용이었다.


자본 확충과 자금 대여, 실적이 악화한 자회사 정리가 카카오 본체의 의사결정을 차지했다. 김도영 카카오X 대표 내정자는 분할 설명회에서 "중요한 일이 아닌 급한 일에 자원이 쓰였다"고 말했다.


카카오가 계열사를 다시 늘리는 과정에서 본체를 나누는 것도 아니다. 반기보고서에 잡힌 국내외 계열사 합계는 152개지만 공정거래위원회 기준 국내 계열사는 2023년 5월 147개에서 지난달 92개로 줄었다. 3년여 동안 55개를 정리했다.


분할 뒤 카카오AI는 카카오톡과 AI, 광고·커머스에서 발생한 현금과 인력을 자체 성장에 투입한다. 카카오X는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모빌리티 등 주요 계열사를 관리하고 신규 투자처를 찾는다.


과거 핵심 자회사를 상장했을 때와 주주 구조도 다르다. 이번에는 인적분할이어서 기존 카카오 주주가 분할비율에 따라 카카오AI와 카카오X 주식을 모두 받는다. 카카오AI는 별도 조정 잉여현금흐름의 20~35%를 주주환원에 사용하고 카카오X는 자회사 배당금과 투자차익의 30%를 각각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한다. 카카오X는 3년간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도 추진한다.


카카오AI는 2030년 매출 6조원과 AI 매출 1조원 이상을 목표로 잡았다. 카카오톡에 AI를 넣어 탐색과 추천, 구매와 결제까지 이어지는 서비스를 만들고 AI 일간활성이용자 2000만명을 확보할 계획이다. 


분할만으로 AI 수익과 기업가치 재평가가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발표 당일 주가도 7.49% 내렸다. 카카오AI는 AI 수익모델을 입증해야 하고 카카오X는 투자회사에 따라붙는 할인 우려를 넘어야 한다. 다만 분할 이후 얼마로 평가받을지와 왜 회사를 나누는지는 다른 문제다. 전자는 아직 시장이 답하지 않았지만 후자에는 이사회 안건 27건 중 23건이라는 숫자가 남아 있다.


15년간 무료로 4963만명의 일상을 연결해온 카카오톡은 이제 AI를 품어야 한다. 카카오는 그 준비에 쓸 돈과 시간을 확보하려고 본체까지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