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그룹의 오너 3세 승계를 위한 지분 이동이 이어지고 있다. 이장한 종근당그룹 회장이 자신이 보유한 종근당 지분 전량을 세 자녀에게 증여하기로 하면서다.
특히 장남 이주원 종근당 상무가 세 자녀 가운데 가장 많은 지분을 넘겨받게 돼 향후 승계 과정에서 장남의 역할이 커질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다만 이번 증여만으로 종근당그룹의 후계 구도가 확정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종근당홀딩스 지분 상당수를 이 회장이 여전히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이 회장은 공시를 통해 보유 중인 종근당 보통주 131만8807주를 세 자녀에게 증여한다고 밝혔다. 이는 이 회장이 보유한 종근당 지분 9.55% 전량이다.
증여는 오는 30일부터 내달 29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며, 증여가 완료되면 이 회장의 종근당 직접 보유 지분은 0%가 된다.
가장 많은 지분을 받는 사람은 장남 이주원 상무다. 이 상무는 52만8807주, 종근당 지분 3.83%를 증여받는다. 이에 따라 이 상무의 보유 주식은 기존 20만4813주에서 73만3620주로 늘고, 지분율은 1.48%에서 5.32%로 높아진다.
사진 제공 = 종근당
장녀 이주경씨와 차녀 이주아씨는 각각 39만5000주를 증여받는다. 두 사람의 종근당 지분율은 각각 기존 1.18%에서 4.04%로 높아진다.
이번 지분 이동은 지난해 이뤄진 경보제약 증여와도 유사한 형태다. 지난해 9월 이 회장과 부인 정재정씨는 보유하고 있던 경보제약 지분 4.01%, 95만7503주를 세 자녀에게 전량 증여했다. 당시에도 이주원 상무가 35만7503주, 지분 1.49%를 받아 세 자녀 가운데 가장 많은 주식을 취득했다.
이주원 상무가 세 자녀 가운데 유일하게 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이번 증여에서 주목되는 부분이다. 이 상무는 미국 퍼듀대에서 홍보학을 전공한 뒤 부동산 임대업체 종근당산업을 통해 그룹에 합류했다. 이후 종근당 개발기획팀장과 개발팀 이사를 거쳐 현재 개발전략센터장을 맡고 있다.
이 상무는 가족회사인 벨에스엠 지분 40%도 보유하고 있다. 벨에스엠은 종근당홀딩스 지분 0.47%를 보유하고 있어 그룹 지배구조에서 간접적인 지분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증여로 사업회사인 종근당에서는 이 상무의 지분이 세 자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가게 된다. 앞선 경보제약 증여에서도 이 상무에게 가장 많은 지분이 이전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까지 이뤄진 지분 이동에서는 장남을 중심으로 한 승계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장한 종근당그룹 회장 / 사진 제공 = 종근당
다만 종근당그룹 전체의 지배력 승계가 본격적으로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종근당그룹은 이 회장이 지주회사인 종근당홀딩스를 지배하고, 종근당홀딩스가 주요 사업회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이 회장은 현재 종근당홀딩스 지분 33.73%, 168만9586주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따라서 향후 종근당그룹의 승계 구도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이번 종근당 지분 증여뿐 아니라 이 회장이 보유한 종근당홀딩스 지분이 자녀들에게 어떻게 이전되는지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편 최근 국내 제약업계에서도 오너 일가의 지분을 자녀에게 이전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에서는 강덕영 회장이 보유 주식 80만주를 장남 강원호 대표에게 증여했고, 삼진제약에서도 조의환 전 회장과 최승주 전 회장 일가에서 2세 경영진을 대상으로 한 지분 증여가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