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23일(수)

"곰 이어 사슴까지, 비상"... 일본서 벌어진 '뜻밖의 재난'

일본이 곰 출몰 공포에 이어 사슴으로 인한 복합적 재난에 직면했다. 지구온난화로 겨울 생존율이 높아진 사슴이 산림을 황폐화시켜 토석류 위험을 높이고, 사슴을 따라 이동한 진드기가 치명률 30%에 달하는 감염병을 퍼뜨리면서 야생동물 문제가 자연재해와 공중보건 위기로 번지고 있다.


지난 29일(현지 시간) 요미우리신문은 시가현과 기후현에 걸친 이부키산에서 사슴이 산사태와 토석류의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23년 이부키산 남쪽 사면 등산로가 붕괴된 데 이어 2024년 7월에는 산기슭인 시가현 마이바라시 이부키지구에 한 달간 토석류가 세 차례나 발생했다.


주민들은 약 10년 전부터 사슴 개체 수가 급증했다고 증언한다. 원래 이부키산은 적설량이 많아 사슴이 겨울을 나기 어려운 환경이었으나, 온난화로 적설량이 줄면서 월동 환경이 개선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image.pn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pixabay


급증한 사슴은 고산식물을 무차별적으로 섭식하고 있다. 잎은 물론 나무껍질, 낙엽, 새싹까지 먹어치우면서 2020년대 들어 산 중턱부터 정상까지 식생이 소실되고 맨땅이 노출되는 구간이 늘었다. 과거 아름다운 꽃밭으로 알려졌던 이부키산의 경관은 크게 훼손된 상태다.


식생 파괴는 산의 보수 능력 저하로 이어졌다. 도쿄농공대 연구진은 현지 조사를 통해 이부키산 사례를 사슴의 식해로 산의 보수력이 약화되고 이것이 토석류 피해로 연결된 일본 최초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도 사슴 피해가 확산되고 있어 유사한 재해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는 경고도 제기된다.


마이바라시는 사슴 개체 수 감축에 나섰다. 2023~2025년도에 총 1064마리를 포획했으며 2026년도에도 300마리 포획을 목표로 설정했다. 방호 울타리 설치도 진행 중이지만 훼손된 식생 복원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image.pn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pixabay


감염병 확산은 더욱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사슴과 멧돼지 등 야생동물의 활동 영역이 넓어지면서 이들에 기생하는 참진드기의 분포 범위도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참진드기가 매개하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은 치명률이 30%에 육박하는 바이러스성 감염병이다. 과거 주로 서일본에서 환자가 발생했으나 최근에는 동일본과 북부 지역으로 감염 범위가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다.


2025년에는 가나가와현과 기후현, 홋카이도에서 처음으로 해당 지역 내 감염으로 추정되는 환자가 확인됐다.


image.pn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시즈오카현에서는 지난해 역대 최다인 13명이 감염됐고 이 중 3명이 사망했다. 현지 의료진은 최근 2~3년 사이 SFTS 의심 환자가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에서는 최근 곰이 민가와 도심까지 출몰해 사람을 공격하는 사건이 빈발하면서 야생동물 관리가 중요한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사슴까지 산림 훼손과 자연재해, 감염병 확산의 주요 원인으로 부상하면서 지방정부의 대응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온난화로 겨울철 생존율이 높아진 야생동물의 서식 범위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기후변화가 생태계 교란에 그치지 않고 토석류 등 재난과 치명적 감염병으로 연쇄 확산되면서 일본의 새로운 기후 위험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