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21일(월)

넥슨게임즈, 韓 전통문화 담은 '우치 더 웨이페어러' 개발 방향 공개

넥슨게임즈가 개발 중인 트리플A급 액션 어드벤처 게임 '우치 더 웨이페어러'가 구현하고자 하는 '조선 판타지' 세계를 미리 만나볼 수 있는 강연이 진행됐다.


지난 21일 넥슨게임즈 로어볼트스튜디오 목영미 아트 디렉터(AD)는 서울 삼성동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 하모니 볼룸에서 열린 '언리얼 페스트 서울 2026(Unreal Fest Seoul 2026)'에서 '우치 더 웨이페어러: 게임 속 조선은 왜 조선처럼 보이지 않는가? UE5로 재정의한 한국 판타지 아트 디렉션'을 주제로 강연했다.


'우치 더 웨이페어러'는 넥슨게임즈가 개발 중인 신작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다. 개발진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국 고유의 문화와 설화, 풍경을 판타지 요소와 결합한 '조선 판타지'를 게임의 핵심 콘셉트로 삼았다.


이번 강연에서는 단순히 조선시대의 의상이나 건축물을 게임에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플레이어가 게임을 보는 순간 '한국'과 '조선'을 떠올릴 수 있도록 고유한 시각적 정체성을 구축해 온 개발 과정을 소개했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넥슨게임즈


목영미 AD는 먼저 '검은 신화: 오공', '세키로: 섀도우 다이 트와이스' 등 동아시아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 게임을 사례로 들며 문제의식을 설명했다. 완성도 높은 작품들이지만 비주얼만으로 중국과 일본, 한국의 문화적 차이를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우치 더 웨이페어러' 개발진은 '조선처럼 보이는 게임'을 만드는 것을 넘어, 한국만의 정체성이 무엇인지부터 찾아 나섰다. 한복과 얼굴, 풍경, 설화 속 요괴 등 게임을 구성하는 요소 하나하나를 직접 조사하고 고증하면서 이를 게임에 맞게 재해석했다.


가장 먼저 부딪힌 난제는 한복이었다. 한복은 여러 겹의 옷과 넓은 소매, 넉넉한 품 등 특유의 구조를 갖고 있어 캐릭터가 움직일 때 옷끼리 충돌하거나 옷이 캐릭터 메시를 관통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언리얼 엔진5의 카오스 클로스(Chaos Cloth)를 적용하면 실시간 시뮬레이션에 따른 성능 부담도 커졌다.


개발진은 직접 다양한 한복을 구매해 입어보고 스캔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한국적 실루엣을 가장 잘 보여주는 '갓'과 '도포'를 기준으로 삼고, 전체적인 실루엣은 담백하게 유지하면서 게임 구현에 부담이 없는 영역에 레이어를 더하는 방향을 잡았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넥슨게임즈


기술적으로도 옷 전체를 하나의 시뮬레이션으로 처리하는 대신 역할을 나눴다. 본 시뮬레이션으로 옷의 큰 형태와 흐름을 잡고, 자연스러운 흔들림이 필요한 일부 영역에만 카오스 클로스 시뮬레이션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한복 특유의 움직임을 살리면서 실시간 게임 환경에서의 성능까지 고려했다.


고증과 판타지 사이의 균형도 구체적인 기준을 세워 관리했다. 플레이어 캐릭터와 주요 NPC는 판타지 70%·고증 30%, 일반 NPC는 판타지 30%·고증 70%, 배경은 50:50으로 설정했다. 아트팀 내부에서 감각이나 개인적인 판단에 의존하기보다 모든 구성원이 동일한 기준으로 디자인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목영미 AD는 "고증 그대로 게임에 옮긴다고 해서 무조건 조선처럼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며 "중국과 일본 문화와의 차별성을 구축하기 위해 한국에서 실제로 쓰인 것은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과감히 배제했다"고 설명했다.


캐릭터의 얼굴 역시 '한국적인 모습'을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주인공 우치를 비롯한 주요 캐릭터는 실제 배우를 캐스팅해 3D 스캔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작했다. 3D 스캔부터 모델링 수정, 텍스처와 스킨 셰이더 반응 확인, 인게임 검증까지 단계별 작업을 거쳐 캐릭터를 완성했다.


NPC에는 더욱 독특한 방법을 적용했다. 관군과 양반, 주모, 대장장이 등 게임 속 세계를 채우는 인물들의 얼굴을 만들기 위해 넥슨게임즈 임직원을 대상으로 사내 3D 얼굴 스캔 참여자를 모집한 것이다. 짧은 모집 기간에도 100명이 넘는 임직원이 참여했으며 프로그래머, 배경 아티스트, 애니메이터, 게임 디자이너 등 실제 개발진의 얼굴도 게임 속 NPC에 활용됐다.


목영미 AD는 실제 주변에서 볼 법한 사람들의 얼굴이 게임에 더해지면서 세계가 한층 현실감 있게 살아났다고 설명했다. 판타지 세계를 구축하면서도 그 안에 '한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내는 방식으로 조선 판타지의 정체성을 강화한 셈이다.


한국 설화 속 존재를 활용한 몬스터 디자인도 '우치 더 웨이페어러'만의 색깔을 보여주는 요소다. 개발진은 그슨새, 강철이, 어둑시니 등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 설화 속 요괴에 주목했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넥슨게임즈


이들 존재는 오랜 세월 전승돼 왔지만 하나의 확립된 외형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개발진은 오히려 이 점을 자유롭게 재해석할 수 있는 기회로 봤다. 한국 도깨비 역시 일본의 오니와 구분해 접근했다. 악귀에 가까운 오니와 달리 한국의 도깨비는 장난스럽고 인간적이며 친근한 모습으로 설화 속에 등장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번 강연에서는 제주도 전승 속 요괴인 '그슨새'와 한국 사자탈을 모티브로 한 '광사족' 등 게임에 등장할 몬스터 콘셉트 이미지도 처음 공개됐다. 개발진이 한국 설화와 전통문화에서 어떤 방식으로 게임 속 판타지를 만들어가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배경 역시 '한국의 풍경을 그대로 복제하는 것'보다 한국적인 인상을 만들어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개발진은 전국 각지의 명승지와 조선시대 주요 건축물을 직접 찾아다니며 자료를 수집했다. 특정 장소를 그대로 재현하기보다는 플레이어가 게임 속 풍경을 보며 '진짜 한국의 풍경 같다'고 느낄 수 있는 요소를 찾는 데 집중했다.


이를 위해 언리얼 엔진5의 루멘(Lumen)과 메가라이트(MegaLights) 등 최신 기능도 적극 활용했다.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빛과 자연스러운 간접광을 구현하고, 다양한 광원을 활용해 한국의 계절감과 자연의 색, 대기감을 살렸다.


특히 개발진은 한국의 빛을 어둡게 숨기기보다 밝고 화사한 비주얼로 표현하는 것을 선택했다. 다만 게임이 진행되면서 요괴의 영향력이 강해지는 만큼 공간의 분위기는 점차 어둡고 그로테스크하게 변화하도록 설계해 밝은 한국의 자연과 판타지 세계의 긴장감을 동시에 살렸다.


한국적 디테일을 게임 속에 효율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프로시주얼 워크플로우도 활용했다. 단청 문양을 꽃 문양과 선 패턴, 테두리, 오염 등의 요소로 나눠 다양한 형태를 빠르게 만들어내고, 바위와 이끼 역시 경사도와 방향 정보를 분석해 자동으로 배치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반복적인 느낌을 줄이면서도 방대한 게임 공간에 한국적인 디테일을 확장할 수 있도록 했다.


인사이트넥슨게임즈 로어볼트스튜디오 목영미 아트 디렉터(AD) / 사진 제공 = 넥슨게임즈


'우치 더 웨이페어러'가 추구하는 조선 판타지는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옮겨놓는 방식과는 거리가 있다. 철저한 고증을 출발점으로 삼되, 게임이라는 매체에 맞게 판타지를 더하고 한국적인 요소와 그렇지 않은 요소를 선별해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가는 방식이다.


목영미 AD는 "한국 역사를 소재로 쓴다는 점에서 큰 책임감을 느꼈다"며 "고증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한 도구라는 결론에 다다랐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만들고 있는 것은 단순히 조선시대 배경이나 의상이 아니라 게임 안에서 조선시대를 읽어낼 수 있도록 하는 기준"이라며 "우리가 찾아낸 조선을 '우치 더 웨이페어러' 안에서 발견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번 강연은 아직 개발 중인 '우치 더 웨이페어러'가 어떤 게임을 지향하고 있는지, 그리고 넥슨게임즈가 '조선 판타지'라는 새로운 장르적 정체성을 구축하기 위해 어떤 고민을 거쳤는지를 보여주는 자리였다. 특히 한복과 얼굴, 설화, 자연, 빛 등 한국적인 요소를 단순히 배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하나의 일관된 아트 디렉션으로 연결했다는 점에서 향후 공개될 게임의 완성도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