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8·3 세제개편안에 강남권 고령 1주택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가주택을 중심으로 보유세 부담이 늘어나는 데다, 주택을 처분할 경우 적용받는 양도소득세 공제에도 한도가 생기기 때문이다.
종합부동산세는 그동안 고령자·장기보유자에게 최대 80%의 세액공제를 적용해왔지만, 개편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공제액에 800만원의 상한이 적용되고 2028년부터는 600만원으로 낮아진다.
주택을 팔 때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현재는 10년 이상 보유하고 거주 요건을 충족한 1주택자의 경우 양도차익에 대해 최대 80%의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개편안이 시행되면 공제액이 2028년에는 최대 20억원, 2029년부터는 최대 10억원으로 제한된다. 장기간 한 집을 보유해 양도차익이 큰 고가주택 보유자일수록 공제 한도 축소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특히 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되는 이들은 20~30년 이상 한 지역에서 거주해온 고령의 1주택 실거주자들이다. 은퇴 후 연금 등을 주된 소득원으로 삼는 고령층의 경우 주택 가격은 높더라도 현금 소득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어 세금 부담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정부는 2027년에는 공제 한도를 적용하지 않는 기간이 있으니 그 사이 집을 처분하면 된다는 입장이지만, 실제로 집을 팔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토지거래허가제로 이른바 '세 낀 매매'가 어려워진 데다, 25억원 초과 주택의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2억원으로 제한돼 고가주택 매수자를 찾는 데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고령 1주택자의 지방 이전을 유도하는 방안도 내놨다. 65세 이상 고령자가 5년 이상 거주한 수도권 주택을 처분하고 비수도권으로 이주할 경우 2027년에는 양도소득세의 50%(5억원 한도), 2028년에는 30%(3억원 한도)를 감면하는 내용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된 이미지
그러나 고령층에서는 이 같은 대책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오랜 기간 살아온 지역에서 가족과 지인, 병원 등 익숙한 생활 기반을 두고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강남구 소재 아파트에서 30년 가까이 거주해온 A씨도 최근 8·3 세제개편안에 대해 불만을 나타냈다.
A씨는 "오래 거주하다 보니 집값도 자연스럽게 오른 건데 왜 투기꾼 취급하는 거냐"며 "소득도 없는데 어떻게 세금을 내라는 거냐"고 말했다.
이어 "진짜 세금이 무서워서 집을 팔게 생겼는데 바로 팔릴지도 모르겠다. 한 집에 오래 산 사람만 그냥 바보가 됐다. 살던 동네를 떠나 어디로 가라는 거냐"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한편 9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지난 3일 6만409건에서 이날 6만2516건으로 2107건(3.4%) 증가했다.
서초구는 7630건에서 8098건으로 6.1% 늘었고, 강남구도 9453건에서 9934건으로 5.0% 증가했다. 영등포구는 4.7%, 용산구는 4.5%, 광진구는 4.2% 각각 늘었다.
강남권에서는 세 부담을 의식한 매물이 나오고 있다는 현장 분위기도 감지된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등 재건축 추진 단지에서는 시세보다 수억원 낮은 가격의 매물도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매수세는 강하지 않은 분위기다. 대출 규제가 이어지는 가운데 고가주택의 보유세 부담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매수자들이 관망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