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녕 옥천저수지 저수율 82.5%→11.1%...울산 대곡댐 수면도 절반 이상 감소
최근 두 달 강수량 평년의 46.8%...땅속 수분까지 줄며 '가뭄·폭염 복합재난' 우려
남부지방을 덮친 폭염과 가뭄의 흔적이 위성에서도 선명하게 확인됐다. 경남 창녕의 한 저수지는 1년 만에 수면 면적의 약 90%가 사라졌고, 울산과 전북의 주요 댐과 호수에서도 물이 빠지면서 강바닥과 육지가 드러났다.
창녕 옥천저수지의 지난해(빨간색)와 올해(파란색) 수체 범위 변화 / 사진제공=텔레픽스
문제는 지표면의 물만 줄고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두 달간 남부지방 강수량이 평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토양이 머금은 수분까지 감소하고 있다.
지난 9일 위성 스타트업 텔레픽스가 지난해와 올해 위성영상을 비교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경남 창녕 옥천저수지의 수면 면적은 지난해 7월 29일 0.129㎢에서 올해 8월 1일 0.014㎢로 88.8% 감소했다.
촬영일 기준 저수율도 같은 기간 82.5%에서 11.1%로 떨어졌다. 미국 위성기업 플래닛이 촬영한 영상을 보면 취수구 주변의 좁은 구간을 제외한 저수지 상당 부분에서 바닥이 드러나 있다.
경남 지역의 저수율이 크게 떨어지면서 김인중 한국농어촌공사 사장도 지난 4일 옥천저수지를 찾아 가뭄 상황과 용수 공급 대책을 점검했다.
대곡댐 수면 55% 사라져...옥정호도 4.5㎢ 줄었다
울산 대곡댐의 지난해와 올해 수체 변화 / 사진제공=텔레픽스
울산 대곡댐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7월 30일 1.268㎢였던 수면 면적은 올해 같은 날 0.566㎢로 55.4% 감소했다. 상류 지류에서는 물이 빠진 자리를 따라 강바닥이 넓게 노출됐다.
호남평야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전북 임실 옥정호 역시 지난해 8월 1일 13.25㎢였던 수면 면적이 올해 8월 2일 8.74㎢로 34% 줄었다. 1년 사이 약 4.5㎢의 수면이 사라진 셈이다.
남부지역 주요 저수지와 댐의 물이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 배경에는 장기간 이어진 강수 부족이 있다.
이달 6일까지 최근 두 달간 남부지방 누적 강수량은 212.1㎜로 평년 같은 기간의 46.8%에 그쳤다. 기상관측망이 전국으로 확충된 1973년 이후 같은 기간 기준 네 번째로 적은 수준이다.
저수지뿐 아니라 땅속에 저장된 수분에서도 지역 간 격차가 나타났다.
텔레픽스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토양습도측정위성(SMAP) 자료를 이용해 남한 전역의 토양수분 변화를 분석한 결과 중부 이북 지역에서는 토양수분이 증가한 반면 남부지방에서는 감소했다.
섬진강댐(옥정호) 수체 범위 변화 / 사진제공=텔레픽스
도별 평균 감소폭은 울산이 -0.1268㎥/㎥로 가장 컸다. 이어 경남 -0.0983㎥/㎥, 전남 -0.0489㎥/㎥, 전북 -0.0181㎥/㎥ 순이었다.
김혜리 텔레픽스 신속분석팀 선임연구원은 "올해 여름 남부지역은 지난 10년간 평균 대비 절반 수준에 그친 강수 부족이 이어지면서 저수율과 수체 면적이 크게 감소하고 토양수분도 낮아지는 등 가뭄이 전반적으로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특히 대곡댐과 옥천저수지는 저수율이 10% 안팎까지 떨어져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물 부족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폭염·가뭄 따로 오지 않는다"...댐 운영부터 다시 봐야
전문가들은 최근 나타나는 가뭄을 단순한 강수 부족이 아니라 폭염과 가뭄이 동시에 진행되는 '복합재난'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예상욱 이화여대 교수는 "남부지방의 가뭄은 대표적인 복합재해 가운데 하나인 가뭄-폭염 복합재해"라며 "폭염과 가뭄이 함께 발생할 경우 각각의 재해가 단독으로 나타날 때보다 강도가 커질 수 있고 피해 역시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가 오지 않는 기간은 길어지는 반면 비가 내릴 때는 짧은 시간에 강한 비가 집중되는 현상까지 겹치면서 기존 댐과 저수지 운영 방식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종성 서울대 교수는 "앞으로 무강수 기간이 길어지는 동시에 비가 내릴 때는 짧고 강한 집중호우가 나타나는 가뭄과 폭우의 반복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며 "계절 예측과 장기 기후 전망을 토대로 지역별 강수량과 토양수분 변화를 파악해 댐·저수지 운영과 농업·산업용수 배분 등 중장기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재호 나노웨더 대표(부경대 명예교수)는 "기후재난은 개별 재해가 아니라 폭염·가뭄·산불·수질 악화가 연쇄되는 복합재난"이라며 "과거 기후를 기준으로 구축된 댐과 용수공급, 산불진화, 재난경보 체계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는 만큼 최신 기후위험을 반영한 사회기반시설 재설계와 선제적 통합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