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을 돌며 1억5000만원 넘는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수거한 20대 조선족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여성은 추적을 피하기 위해 교통카드를 1~2회만 사용하고 전날 입은 옷을 버리는 치밀함을 보였다.
지난 4일 대전서부경찰서는 중국 국적 20대 여성 A씨를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고 발표했다.
대전경찰서
A씨의 범행은 지난 5월 26일 오후 대전시 서구의 한 주택가에서 시작됐다. A씨는 모자를 깊게 눌러쓴 채 주택가 우편함에 접근해 검정봉투를 꺼내 가방에 넣고 현장을 빠져나갔다.
검정봉투에는 현금 1000만원이 들어 있었다.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조직의 지시대로 우편함에 넣어둔 돈을 수거책인 A씨가 회수해간 것이다.
경찰은 신고를 접수하고 주변 CCTV를 분석해 범인이 20대 여성임을 확인했지만, 동선 추적 과정에서 난관에 부딪혔다.
A씨는 철저하게 흔적을 지웠다. 교통카드는 1~2회 사용 후 바로 교체했고, 숙박비를 포함한 모든 비용을 현금으로만 결제했다. 숙박업소에서는 1박만 머물렀으며, 전날 착용했던 옷은 전부 폐기 처분했다.
유튜브 '대한민국 경찰청'
경찰은 약 두 달간 집요하게 동선을 추적한 끝에 지난 6월 8일 오후 10시 50분쯤 전북 익산역에서 열차를 타려던 A씨를 긴급 체포했다.
체포 당시 A씨는 서울에서 보이스피싱 피해자에게 수거한 외화 5400달러와 수당으로 받은 현금 379만원을 소지하고 있었다. 다음 범행 장소인 전북 정읍으로 이동하던 중이었다.
지린성 연변 출신인 A씨는 현지에서 상점을 운영하다 빚을 지게 됐고, 고수익 알바를 찾던 중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에 가담했다. 지난 3월 6개월짜리 관광비자로 한국에 입국한 A씨는 텔레그램을 통해 지시를 받으며 서울·대전·부산·대구·전북 등 전국 각지를 누볐다.
A씨는 총 7차례에 걸쳐 1억5400만원 상당의 피해금을 수거해 조직에 송금했다. 범행이 끝나면 출국했다가 다시 입국하는 방식으로 범행을 반복했다.
경찰은 A씨에게 범행을 지시한 보이스피싱 조직의 상선과 윗선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