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연구학회와 정책세미나...학계·당국·금융권 전문가 참여
AI 등록제·공동 검증체계·소비자보호법 개편 등 정책 과제 제시
NH투자증권이 학계와 금융감독당국, 금융회사 전문가를 한자리에 모아 인공지능(AI) 금융산업의 5대 정책 어젠다를 도출했다. AI가 금융상품을 제안하고 거래까지 실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책임 공백과 소비자 보호 문제를 제도권 논의로 끌어올렸다.
사진제공=NH투자증권
5일 NH투자증권은 지난 4일 한국경제연구학회와 공동으로 'AI 시대 금융산업이 가야 할 길: 혁신과 신뢰, 그리고 금융소비자 보호' 정책세미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양 기관은 이번 세미나를 계기로 AI 금융 정책 연구 협력을 이어갈 계획이다.
세미나에서는 'AI 에이전트 시대의 책임 귀속 체계 확립', '데이터 거버넌스와 비례적 개방', '금융권 공동 검증·표준화 인프라', '금융소비자보호법의 AI 리스크 반영', '시스템 차원의 집중·동조화 리스크 감독'이 5대 정책 어젠다로 제시됐다.
"사고 나도 책임 주체 없다"...AI 에이전트 등록제 제안
첫 발제를 맡은 이종섭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여러 AI 모델이 판단과 실행에 관여할 경우 책임 주체가 불분명해지는 '책임 공백'을 금융산업의 주요 위험으로 꼽았다. AI 금융 규제의 중심도 데이터 접근 차단에서 책임 귀속으로 옮겨야 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국내 금융권의 AI 활용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획일적인 망분리 규제와 기존 전산시스템, 단기 실적 중심의 투자 구조, 경직된 조직 체계를 제시했다. 현행 규제가 데이터 접근 단계에 집중된 반면 데이터 결합과 이용 과정을 추적하는 체계는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안으로는 AI 에이전트의 소유자와 권한, 감사 기록을 의무적으로 관리하는 등록제를 제시했다. 통제 역량이 검증된 금융회사부터 데이터 접근 범위를 넓히고, 금융시장 전체의 AI 동조화 위험을 점검하는 공동 스트레스테스트를 도입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교수는 "책임이 분명한 만큼 데이터를 열 수 있고, 그만큼 혁신이 지속된다"고 말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정희수 하나금융연구소 소장은 금융상품 구매 경로가 금융회사 앱과 플랫폼에서 AI 기반 검색·비교 서비스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AI 플랫폼의 법적 지위와 책임 범위를 정하고, 업무별 위험도에 따라 AI 도입 기준을 달리 적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금융소비자보호법에도 AI 오류와 설명 가능성, 모델·데이터·보안 위험을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AI가 제공한 정보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을 때 금융회사와 플랫폼, 모델 사업자 사이의 책임 범위를 사전에 정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다.
NH투자증권, Human-AI 기반 '2-Track AX' 제시
종합토론에서는 금융회사들이 실제 현장에서 운용 중인 AI 사례와 검증체계 구축 방안이 다뤄졌다. 이경종 KB국민은행 AI금융센터장은 KB금융이 100개 이상의 AI 에이전트를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하며 금융권 공동 대규모언어모델(LLM) 검증체계 구축을 제안했다.
사진제공=NH투자증권
NH투자증권에서는 박선학 전무가 토론자로 나섰다. 박 전무는 AI를 금융회사의 의사결정을 바꾸는 새로운 생산요소로 규정하고, 사람과 AI의 협업을 기반으로 한 '2-Track AX' 전략을 소개했다.
NH투자증권은 AI가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는 영역과 임직원의 투자·영업 판단을 지원하는 영역을 나눠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AI가 독립적으로 결론을 내리기보다 사람의 검토와 승인 절차를 결합하는 구조다.
감독당국에서는 김봉준 금융감독원 수석조사역이 AI 에이전트에 어느 수준까지 자율성을 허용할지를 놓고 사회적·제도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백연주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상품의 검색과 비교가 외부 AI 플랫폼에서 이뤄질 경우 금융회사의 고객 접점이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정 금융영역에 특화된 '버티컬 AI'를 보유한 빅테크가 기존 금융회사의 업무 영역으로 진입할 가능성도 제시됐다. 윤영진 상명대 교수와 최정운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금융위원회 AI 가이드라인의 국제표준화와 국제표준화기구(ISO) 논의 과정에서 금융소비자 보호 기준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경제연구학회는 NH투자증권을 비롯한 금융회사, 감독당국과 AI 금융 정책 연구를 이어갈 예정이다. 양 기관은 후속 연구에서 5대 정책 어젠다별 제도화 방안과 적용 범위를 구체화하기로 했다.
신재욱 NH투자증권 대표이사는 "AI 기반 의사결정과 금융소비자 보호가 함께 가는 방향에 대해 폭넓은 논의가 이뤄진 자리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