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요양원에서 치매 노인 16명을 홀로 돌보던 요양보호사가 입소자 추락 사망 사고로 기소됐지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형사6단독 유승원 부장판사는 최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요양보호사 A(71)씨와 요양원 대표 C(66)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2023년 1월 30일 인천시 강화군 소재 요양원에서 노인 16명을 혼자 돌보고 있었다.

함께 주간 근무를 하던 동료가 점심 식사를 위해 자리를 비운 상황이었다. 이날 치매를 앓던 입소자 B(83)씨가 구름다리를 건너 빈 방 베란다 앞을 서성이자 A씨는 그를 데려왔다.
이 요양원은 2층 빈 방과 입소자 생활 공간이 구름다리로 연결된 구조였다. 구름다리 양쪽 철문은 잠기지 않은 상태였다. A씨가 다른 입소자의 기저귀를 갈아주러 가자 B씨는 불과 2분 만에 다시 빈 방으로 건너갔다.
B씨는 베란다로 나가 바닥에서 59㎝ 높이의 턱을 밟고 난간을 잡아 올라갔다가 1층으로 추락했다.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으나 같은 날 오후 다발성 장기 손상으로 숨졌다. 요양원 입소 5일 만에 발생한 사고였다.
B씨는 입소 당시부터 치매로 인한 섬망 증세가 심했다. 섬망은 일시적으로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정신 혼란 상태를 말한다. 관찰 일지에는 '망상과 배회가 심하고 요양원이 외국이라고 알고 계심.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함'이라고 기록돼 있었다.
사고 사흘 전과 전날에도 B씨는 "아들과 러시아로 가야 한다" "자녀들을 만나러 가야 한다"며 요양원 엘리베이터 앞에서 소란을 피웠다.

검찰은 B씨의 상태와 추락 위험을 알면서도 안전 관리를 소홀히 했다며 요양보호사 A씨와 요양원 대표 C씨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유승원 부장판사는 "사고가 난 베란다 난간은 바닥에서부터 철제봉까지 높이가 131.5㎝로 치매 노인뿐 아니라 일반 성인의 추락을 막기에 충분한 높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B씨는 턱을 딛고 철제봉을 넘어 추락했는데 C씨가 이를 예측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유 판사는 요양원 측에 모든 이례적인 상황을 가정한 안전 조치 의무까지는 없다고 봤다. "요양원은 입소자들의 탈출을 막기 위한 교도소나 감호시설이 아니라 노인복지시설일 뿐"이라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사고 이전 상황을 봐도 B씨가 2층 베란다 난간을 넘어 1층으로 추락할 것을 예측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B씨의 적극적 행위로 인한 사망을 예견하고 회피하지 못했다고 해서 이를 피고인들의 주의 의무 위반 탓으로 돌릴 수 없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