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기온이 무려 39도에 육박하는 극심한 무더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푹푹 찌는 가마솥더위를 피해 많은 이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여름을 나는 가운데, 최근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이 어르신들로 북적이고 있다. 널찍한 공간에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원 없이 쐴 수 있는 인천공항이 어르신들 사이에서 새로운 인기 피서지로 떠오른 것이다.
터미널 한편에서는 돗자리를 펴고 집에서 미리 준비해 온 아이스박스에 먹을거리까지 챙겨 온 노인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한쪽에서는 삼삼오오 모여 장기판을 벌이기도 하고, 대형 유리창 너머로 비행기의 이착륙 모습을 바라보며 여유롭게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이들은 이른 아침 공항철도를 타고 도착해 해가 저무는 저녁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가는 일상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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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카페, 백화점, 도서관처럼 집 근처에도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은 많다. 그렇다면 어르신들은 왜 굳이 멀리 있는 공항까지 찾아오는 것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어르신들이 첫 번째로 꼽는 이유는 바로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백화점이나 은행, 카페 같은 곳은 오래 앉아 있다 보면 눈치가 보이기 마련이지만, 공항은 워낙 넓고 오가는 사람이 많다 보니 오랫동안 머물러도 신경 쓸 일이 없다.
또한, 젊은이들이 밀집한 시내 카페나 문화 공간이 다소 부담스러운 어르신들에게 널찍하고 탁 트인 공항 공간이 한결 편안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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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공항에서 피서를 즐기는 노인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누리꾼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공공장소에서의 에티켓과 국격 손상을 우려한다. 한 누리꾼은 "인천공항은 외국인들이 한국에 들어올 때 가장 먼저 접하는 '한국의 첫인상'과 같은 곳인데, 신발까지 벗고 누워있는 모습은 국가 이미지상 보기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이는 "여행객들은 안 그래도 짐이 많은데, 공항철도에 피서차 이동하는 어르신들이 대거 몰리면서 정작 공항 이용객들이 앉을 자리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불편함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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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어르신들의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한 누리꾼은 "이런 살인적인 무더위에 마땅한 냉방 시설이나 갈 곳이 없는 어르신들이 어디로 가겠느냐"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이어 "남에게 큰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그저 시원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까지 비난하는 것은 너무 야박하다"며 무더위 속 노인 복지의 현실을 돌아봐야 한다는 의견을 더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역대급 폭염이 지속되는 가운데, 공항 피서를 둘러싼 갑론을박은 단순한 에티켓 논란을 넘어 폭염 취약계층인 노인들의 갈 곳 없는 현실과 공공 공간의 역할에 대한 깊은 고민을 던져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