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06일(목)

신생아실서 생후 3일만에 숨진 아기... 法 "병원, 5억 배상하라"

법원이 병원 과다수유와 응급조치 미흡으로 생후 사흘된 신생아가 사망한 사건에서 의료진 책임을 인정하고 5억여원 배상 판결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15부(박정기 부장판사)는 생후 사흘 만에 사망한 신생아의 부모가 담당의사 A씨와 산부인과 병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원은 의사와 병원장이 공동으로 부모에게 5억4천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병원과 보험계약을 맺은 보험사도 5천만원 한도에서 공동 배상 책임을 지도록 했다.


외할머니가 청구한 배상액은 일부 인용돼 500만원을 받게 됐다.


신생아는 2024년 1월 16일 태어난 후 신생아실에서 수유와 검사를 받았다. 이틀 뒤인 18일 저녁 7시부터 다음 날 새벽 3시까지 병원은 약 8시간 동안 신생아에게 6차례 총 270㎖를 먹였다. 신생아는 19일 새벽 5시께 전신에 청색증이 나타나며 무호흡 상태로 발견됐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병원 측은 119에 신고했으나 구급대가 도착했을 때 이미 의식과 호흡이 없었다. 당직의사였던 A씨는 병원에 나타나지 않았고, 신생아는 2시간 뒤인 오전 7시 사망했다.


재판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를 근거로 과다 수유로 인한 구토물이 기도를 막아 저산소증이 발생했고, 이후 의료진의 응급조치 미흡이 더해져 사망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신생아의 위 크기와 1회 권고 수유량을 고려하면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양의 수유가 이뤄졌다"며 "의료진이 주의 의무를 위반하고 편의에 따라 수유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응급상황 대처도 부적절했다고 봤다. "청색증과 심정지가 발생했는데도 병원 측은 상태 확인 후 약 30분이 지나서야 119에 신고했다"며 "의사만 할 수 있는 기관내삽관을 간호사가 시도하다 실패해 응급조치가 지연됐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심폐소생술 과정에서도 신생아 가이드라인인 3대 1 비율 대신 성인 방식인 2대 1 비율을 적용하는 등 적절한 응급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병원 측은 "과다 수유를 하지 않았고, 사망 원인은 영아돌연사 증후군"이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과다 수유 과실과 구토물 흡입에 의한 기도 폐색성 질식사 사이의 인과관계가 추정되는 이상 막연한 영아돌연사 증후군 가능성만으로 뒤집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설령 영아돌연사 증후군이었더라도 의료진이 주의 의무를 다했다면 신생아의 생명을 보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병원 소속 간호사가 신생아 사망 다음 날 진료기록부의 '수유 잘함'을 '보채서 보충 수유함'으로 수정한 점과 병원 관계자의 진술이 수사 과정과 법정에서 계속 번복된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A씨 등이 관련 형사사건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더라도 신생아 관리 등에 대한 충분한 조사 없이 증거불충분으로 종결된 만큼 의료진의 민사상 과실까지 부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피고 측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