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30일) 베일을 벗은 라이엇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 클래식'(이하 롤 클래식)을 직접 플레이해봤다.
출시 전부터 "그 시절 소환사의 협곡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기대를 모았던 만큼, 로그인 화면부터 밴픽창, 룬과 특성 페이지까지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모습은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을 줬다.
클래식한 게임 매치음을 지나 챔피언들의 옛 초상화를 마주하니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나름 '미남' 캐릭터로 꼽히는 이즈리얼은 지금과 달리 표독스러운 인상이고, 가렌은 젊었다. 현재 초상화와 비교해보면 누가 '성형'에 성공했고, 망했는지 대번 보인다.
사진 = 인사이트
사전 포지션 설정 기능 덕에 게임 시작과 동시에 원하는 포지션을 채팅으로 '선점'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덜었지만, 랜덤으로 두 소환사에게만 부여되는 금지 챔피언 결정 권한은 여전히 당혹스러웠다.
'천리안', '구축', '결집', '총명', '고양', '진급', '부활' 등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다양한 스펠 가운데 마나를 25% 회복시켜 주는 '총명'을 들고 협곡으로 향했다.
충격은 인게임 안에서도 이어졌다. 섭씨 30도, 습도 80%는 될 법한 협곡에 굵은 선과 강한 색채를 지닌 소환사들이 떨어졌다. 현재의 롤이 얼마나 깔끔하고 시각적으로 부담감이 없는지 여실히 체감하는 계기였다.
약간의 견제를 곁들인 라인전만 했을 뿐인데 마나가 금새 바닥났다. 이제는 사라지고 없는 '마나 포션'까지 사 들고 갔는데 말이다. (급하게 귀환(B)을 찍자, 바닥에 생겨난 낯선 표식에 적에게 공격이라도 당한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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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서포터를 주로 플레이하는 입장에서 클래식의 서폿은 정말이지 끔찍했다. 서폿은 원래 원딜의 성장을 위해 미니언을 먹지 않지만,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골드 수급 아이템이 잘 되어있어 성장에 불편함을 느끼진 못했다.
그러나 클래식에는 서포터를 위한 골드 수급 아이템이 체계화되어 있지 않았고, 직접 골드를 벌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인 서폿은 골드 생성 아이템으로 템창을 채워야 했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해야 할 일은 시야 확보였다. '서폿 = 시야 확보'는 당연한 터라, 상점에 들어가 다른 팀의 와드를 파괴할 수 있는 핑크와드(제어와드)를 물색했다.
현실 물가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지속적으로 상승하는데, 이곳은 반대였다. 기존 롤에서 반영구 상태로 75골드(서폿 퀘스트 완료 시 개당 40골드)에 판매되던 핑크와드는 시간제한을 지닌 채 개당 125골드에 판매되고 있었다.
지금보다 지닐 수 있는 와드 개수도 현저히 많아, 돈도 못 버는 서폿은 와드만 수십 개를 들고 다니며 날 것의 협곡을 누벼야 했다. '서폿 = 도구' 라는 말은 비하가 아닌 현실이었다.
딜템도 가며 승리한 봇전... 이때까진 즐거웠다(진짜로) / 사진 = 인사이트
플레이하면서 현재 롤의 편의성을 가장 크게 체감한 부분은 상점 시스템이었다. 클래식의 상점창은 아이템이 단순 나열된 형태였다. 원하는 아이템을 찾으려면 직접 목록을 확인해야 했고, 해당 아이템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도 스스로 알아야 했다.
지금처럼 추천 아이템 빌드가 제공되지 않다 보니 초보 이용자는 게임 흐름을 따라가기 쉽지 않았고, 상점에 체류하는 시간이 길 수밖에 없었다.
처음 해보는 챔피언을 플레이해도 추천 아이템 빌드만 따라가면 기본적인 성장 방향이 잡히던 현재의 롤 시스템이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다시 말해 현재의 롤은 과거에 비해 진입장벽이 매우 낮아진 게임인 것이다.
'롤 클래식' 바론(왼쪽), 탑에 깜짝 방문한 리신에게 곧 죽는 나서스(오른쪽) / 사진 = 인사이트
불편한 인터페이스, 부족한 편의 기능, 투박한 비주얼, 제한적인 성장 구조는 추억으로 기억됐던 요소가 상당한 불편함을 동반했음을 인지시켰고, 첨단화된 협곡을 누비다 돌아간 과거의 협곡은 '나 다시 돌아갈래' 현상을 불러왔다.
물론 재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과거 챔피언 스킬과 시스템을 경험하는 과정 자체는 분명 흥미로웠다. 하지만 게임을 오래 즐기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단순한 추억만이 아니라 이용자가 편하게 즐길 수 있는 환경이라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존 롤에서 반나절씩 협곡을 누빌 수 있었던 이유도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게임 자체가 재미있어서만은 아니었다. 게임을 완성하는 수많은 편의 기능과 세부 요소들이 쌓여 지금의 플레이 경험을 만들었다는 점을 새삼 체감했다.
사진 제공 = 라이엇게임즈
결국 이날의 클래식 체험은 봇전 2판, 일반 게임 2판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도합 4판밖에 플레이하지 않았지만 10판은 한 듯한 피로도를 동반했다.
게임을 종료하기 전, 마지막 판으로 현재 버전의 롤을 다시 실행했다. 개선된 인터페이스부터 친절한 상점 시스템, 포지션별로 최적화된 플레이 환경까지 이전에는 느끼지 못한 모든 게 감사하게 느껴지면서 기분 좋은 승리로 게임을 마쳤다.
라이엇게임즈의 '롤 클래식'은 과거의 영광을 다시 가져오는 콘텐츠인 동시에 현재 리그 오브 레전드가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보여주는 콘텐츠였다.
라이엇이 소환한 것은 단순히 '옛날 롤'이 아니었다. 17년 동안 게임과 함께 변화해온 이용자들의 기억, 그리고 지금의 리그 오브 레전드가 만들어낸 편의성의 가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