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청문회장에서 국민의힘 의원이 증인으로 출석한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에게 사과와 배려를 언급한 문자 메시지를 보낸 정황이 포착돼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 30일 국회 문체위는 대한축구협회의 부실 운영 및 행정 절차상 문제점을 규명하기 위해 정 전 회장을 증인으로 불러 청문회를 진행했다. 그러나 오후 청문회가 재개되기 직전, 국민의힘 윤용근 의원이 정 전 회장의 휴대전화로 사적인 연락을 보낸 장면이 언론에 포착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인 윤용근 국민의힘 의원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날 오전 대한축구협회 청문회 증인으로 참석한 정몽규 전 회장과 주고받은 문자 메세지를 확인하고 있다. 윤 의원은 본회의와 별개로 열린 문체위의 축구협회 청문회에도 청문위원으로 참여했다. 2026.7.30 / 뉴스1(서울신문 제공)
윤 의원은 정 전 회장에게 "회장님, 어제 정 선배님한테 연락받았습니다. 더 잘 배려해드려야 하는데 송구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전송했다. 이에 정 전 회장은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자리 말고 다른 자리에서 인사드리겠습니다"라고 답변을 남겼다.
야당 의원이 청문 대상인 증인에게 '배려'와 '송구'를 언급한 문자가 공개되자 여당은 즉각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윤용근 국민의힘 의원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자리하고 있다. 2026.7.31 / 뉴스1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재정 문체위원장은 정 전 회장을 향해 "청문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청문위원들에게 로비를 위해 컨택(접촉)하신 적이 있나"라고 질타했다. 이어 "위원들에게 직접 연락이 안 돼 여러 루트로 미리 선을 대려고 한 것인가"라며 외압 및 사전 로비 의혹을 집중 추궁했다.
이 위원장이 문자 속에 등장하는 '정 선배'가 누구인지 신원을 밝히라고 요구하자, 정 전 회장은 "프라이버시라 밝힐 수 없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다만 정 전 회장은 "청문회를 앞두고 오해를 살 수 있는 문자에 대해 부적절했다고 생각한다"며 "국민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도 "청문회와 관련해 어떤 특별한 부탁이나 편의를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축구협회 현안 관련 청문회에 출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6.7.30 / 뉴스1
논란의 당사자인 윤 의원은 청문회 중립성 훼손 지적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윤 의원은 "이것(문자 메시지)으로 인해 청문회에 문제가 있다거나 질의가 부실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저는 준비한 질의를 그대로 했는데 청문회장에서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당은 여권 고위 인사와의 연계 가능성을 제기하며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청문회 활동을 방해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사안이라 의원실에서 확인했다"며 "(문자 메시지 속 '정 선배'가) 정진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맞나"라고 막후 인물의 실명을 직접 거론하며 추궁했다.
노 의원이 "('정 선배'가 정 전 실장이) 아닌가. 아니면 말 못하나"라고 재차 압박했으나, 정 전 회장은 "말씀을 못 드리겠다"며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