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시그넷 완전자회사 전환 뒤 내년 1분기까지 매각
LG, 미국 공장 멈추고 인력·조직 데이터센터 냉각으로 재배치
SK와 LG가 전기차 충전기 시장의 반등을 기다리지 않고 사업 정리에 나섰다. 북미 생산기지까지 구축했지만 전기차 캐즘과 저가 경쟁이 길어지자 추가 자금 투입을 중단했다. SK는 인공지능(AI)·반도체에, LG전자는 냉난방공조(HVAC)와 데이터센터 냉각에 자원을 다시 배치한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는 코넥스 상장 자회사 SK시그넷의 잔여 보통주를 공개매수하고 있다. 공개매수로 지분을 확보해 완전자회사로 전환한 뒤 상장폐지를 추진한다. 매각은 내년 1분기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사진제공=SK시그넷
SK시그넷은 2021년 SK그룹에 편입됐다. 초급속 전기차 충전기 기술을 앞세워 북미 시장을 공략했고 미국 텍사스주 플레이노에 생산공장도 세웠다.
전기차 수요 둔화로 현지 충전 인프라 투자가 밀리면서 생산시설 운영비와 연구개발비 부담이 이어졌다. 중국 업체를 중심으로 저가 제품 공급이 늘어난 가운데 SK시그넷은 3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적자 폭은 줄였지만 시장이 회복될 때까지 추가 자금이 필요한 구조는 남았다. SK㈜는 반등 시점을 기다리기보다 지분 구조를 정리하고 새 주인을 찾는 쪽을 택했다.
3년 적자 SK시그넷, 추가 출자 대신 새 주인 찾는다
SK그룹은 계열사와 투자 자산을 조정하는 리밸런싱을 진행하고 있다. 수익성이 낮거나 그룹 핵심 사업과 거리가 있는 자산은 줄이고 AI와 반도체에 투자 재원을 모으는 작업이다. SK시그넷도 이 작업 대상이 됐다. 소수주주 지분을 먼저 정리해 거래 구조를 단순화하고 매수자가 경영권과 지분 전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SK시그넷은 새 주인 아래에서 충전기 사업을 이어갈 전망이다. SK㈜는 공개매수 신고서에서 "SK시그넷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최적의 인수자를 선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매각 가격과 인수 후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SK㈜가 SK시그넷에 투입한 자금과 매각을 통해 회수할 금액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LG전자는 SK보다 먼저 충전기 사업을 정리했다. 2022년 전기차 충전기 업체 애플망고를 인수한 뒤 사명을 하이비차저로 바꾸고 충전기 제조와 관제, 유지보수를 묶은 사업을 추진했다. 2024년 1월에는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에 첫 해외 생산공장을 가동했다. 연간 생산능력은 1만대 이상이었다. 북미를 시작으로 유럽과 아시아까지 판매 지역을 넓힐 계획이었다.
시장 확대 속도는 생산계획을 따라오지 못했다. 충전기 가격 경쟁까지 심해지면서 공장 가동과 연구개발에 필요한 비용을 판매 수익으로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LG전자는 2025년 4월 사업 종료를 결정했다. 텍사스 공장은 가동 약 1년 4개월 만에 멈췄고 하이비차저는 보유 자산 처분과 인력 재배치 등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
사진제공=LG전자
충전기 접은 LG, 데이터센터 냉각으로 인력·조직 이동
LG전자는 충전기 사업을 담당했던 ES사업본부의 중심을 HVAC로 옮겼다. 가정용 에어컨과 상업용 공조를 넘어 산업용 냉각과 데이터센터 열관리 설비를 키우는 조직이다.
AI 데이터센터는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내뿜는 열을 처리하기 위해 대규모 냉각 설비가 필요하다. LG전자는 칠러와 냉각수 분배장치(CDU), 공조 설비를 묶어 데이터센터 사업자에 공급하고 있다.
충전기 사업에 배치됐던 인력과 조직도 HVAC를 비롯한 기존 사업으로 이동했다. 해외 영업망과 공장 운영 경험은 데이터센터와 산업·상업용 공조 수주에 활용한다.
SK와 LG는 충전기 사업에 이미 투입한 비용보다 앞으로 들어갈 자금을 먼저 끊었다. 생산시설과 기술 개발을 유지하며 전기차 수요 회복을 기다리는 대신 자금과 인력을 수요가 확인된 사업으로 옮겼다.
사업 정리에 따른 재무 효과는 남아 있다. SK시그넷의 매각 가격과 SK㈜의 추가 출자 절감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LG전자도 하이비차저 자산 매각액과 충전기 사업 종료에 따른 손실 규모를 별도로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