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06일(목)

DL그룹, 21% 이익률 카리플렉스 매물로...이해욱, 여천NCC 방어할 현금 확보 나서나

DL모터스 지분 100% 1000억원 중반대 매각 타진

카리플렉스 지난해 영업이익률 21%

여천NCC 4년 연속 적자...단기차입금 1조2000억원

추가 출자 규모·매각대금 사용처는 미공개


이해욱 DL그룹 회장 체제의 DL이 지난해 영업이익률 21%를 기록한 카리플렉스와 50년 역사의 자동차 부품 계열사 DL모터스를 동시에 매물로 내놨다. 


DL모터스는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1.7%에 그쳤다. 카리플렉스는 DL이 2020년 6200억원을 들여 인수한 고부가 스페셜티 자산이다. 수익성이 낮은 사업뿐 아니라 연간 5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내는 자회사까지 매각 대상에 올렸다. DL은 지난해 DL케미칼 유상증자에 1778억원을 투입했고, 이 자금은 여천NCC 지원에 쓰였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 서울경제 등에 따르면 DL㈜은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 등 소수의 잠재적 원매자를 상대로 DL모터스 매각을 타진하고 있다. 거래 대상은 DL㈜이 보유한 지분 100%다. 매각가는 1000억원 중반대가 거론된다.


DL모터스는 1978년 출범한 대림공업이 전신이다. DL은 2018년 이륜차 사업을 물적분할한 뒤 2020년 AJ그룹에 넘겼다. 이후 자동차 엔진과 변속기 등에 들어가는 알루미늄 주조·정밀가공 부품 생산에 주력해왔다.


DL이앤씨 마곡 원그로브 사옥 / 사진제공=DL이앤씨DL이앤씨 마곡 원그로브 사옥 / 사진제공=DL이앤씨


DL모터스는 지난해 매출 3451억원, 영업이익 6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1.7%다. 내연기관차 중심이던 제품군을 전기차 부품으로 넓혔지만 수익성은 2%를 밑돌았다. 이륜차 사업을 먼저 정리한 데 이어 DL모터스까지 매각하면 DL그룹은 약 50년간 이어온 자동차·이륜차 제조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된다.


영업이익률 1.7%와 21%를 함께 판다


DL모터스만 놓고 보면 매각 명분은 분명하다. 추가 투자가 필요한 저수익 제조 자산을 정리하고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카리플렉스는 다르다. 카리플렉스는 수술용 장갑과 주사기 고무마개 등에 사용되는 폴리이소프렌 라텍스를 생산한다. 관련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로 분류된다.


카리플렉스는 지난해 매출 2420억원, 영업이익 507억원을 냈다. 영업이익률은 20.9%다. DL모터스보다 매출은 1031억원 적지만 영업이익은 447억원 많다. DL그룹이 강조해 온 고부가 스페셜티 사업 가운데서도 수익성이 높은 자산이다.


DL케미칼은 2020년 미국 크레이튼에서 카리플렉스 사업부를 약 6200억원에 인수했다. 이해욱 회장이 2019년 회장에 오른 뒤 성사시킨 대형 석유화학 거래다. DL케미칼은 2022년 크레이튼 본사까지 약 2조원에 인수하며 스페셜티 제품군을 확대했다.


DL케미칼은 카리플렉스 매각 주관사로 UBS를 선정했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기업가치는 1조5천억~2조원이다. KKR과 블랙스톤 등 글로벌 사모펀드가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이해욱 DL그룹 회장 / 뉴스1이해욱 DL그룹 회장 / 뉴스1


수익성만 보면 두 매각 대상은 정반대다. DL모터스는 저수익 자산이고 카리플렉스는 현금창출원이다. 공통점은 원매자를 붙일 수 있고 단기간에 현금화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카리플렉스 매각이 성사되면 DL케미칼은 인수가를 크게 웃도는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대신 연간 5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내는 자회사도 연결 실적에서 빠진다. 매각 이후 스페셜티 사업을 어떤 자산으로 채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여천NCC 2100억원 차환에 주주사 신용보강


현금이 필요한 곳은 여천NCC다. 여천NCC는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지분 50%씩을 보유한 합작회사다.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범용 기초유분을 생산한다.


여천NCC는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영업적자를 냈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2514억원이었다. 올해 1분기에도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손실은 주주사의 자금 투입으로 메웠다. 여천NCC는 지난해 3월 양대 주주로부터 2000억원을 유상증자받았다. 같은 해 8월에는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에서 총 3000억원을 빌렸고 11월 이를 출자전환했다.


DL㈜도 지난해 8월 DL케미칼 유상증자에 1778억원을 투입했다. DL케미칼이 여천NCC 지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증자였다. 여천NCC 자금 부담이 지주사 DL㈜까지 이어지는 흐름이다. 여천NCC는 올해 3월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 2100억원을 자체 신용으로 차환하지 못했다. 주주사들이 신용을 보강한 자산유동화대출로 만기를 연장했다. 주주사별 매수청구권 한도는 1050억원이었다.


지난달에는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이 'A-'에서 'BBB+'로 내려가면서 400억원 규모 사모사채의 조기상환 조건도 발동됐다. 여천NCC는 금융기관 신용공여 한도를 활용해 해당 채권을 상환했다.


창원에 위치한 DL모터스 공장의 자동차 부품 가공라인 / 사진제공 =DL창원에 위치한 DL모터스 공장의 자동차 부품 가공라인 / 사진제공 =DL


지난 3월 말 여천NCC의 현금성 자산은 528억원이었다. 1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성 차입금은 약 1조2천억원이다. 순차입금은 1조4824억원, 부채비율은 222.8%다.


DL㈜ 자체의 지난해 부채비율은 10.7%다. 지주사가 당장 유동성 위기에 처한 것은 아니다. 다만 DL케미칼을 거쳐 여천NCC에 자금이 들어가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DL모터스와 카리플렉스 매각이 같은 시기에 추진되는 배경이다.


여천NCC와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DL케미칼은 지난 3월 산업통상부에 여수 석유화학단지 공동 사업재편안을 제출했다.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일부와 여천NCC를 합치고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일부 사업을 현물출자하는 방식이다. 통합법인 출범 목표는 2027년 초다.


현재 공개된 사업재편안에는 DL케미칼의 추가 출자 규모와 DL모터스·카리플렉스 매각대금의 구체적인 사용처가 포함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