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06일(목)

"국수본이 살인·성범죄 분리 수사 지시"... 경찰 특별수사단, 경찰청 국수본 압수수색

장윤기(24) 사건 수사 과정에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살인 사건과 성범죄 사건을 분리해 수사하도록 지시했다는 당시 수사 경찰관들의 증언이 나왔다.


이에 따라 경찰 특별수사단은 21일 오전 7시30분부터 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부실수사 의혹의 책임 소재가 일선 경찰서를 넘어 경찰청 본청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20일 광주 광산경찰서에서 장윤기 사건을 수사하거나 지원했던 복수의 경찰관들은 수사 초기 국수본으로부터 살인 사건과 성범죄 사건을 분리해 수사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국가수사본부 / 뉴스1국가수사본부 / 뉴스1


국수본이 분리를 지시했다는 성범죄 사건은 장윤기가 이채원 양(17) 살해 이틀 전인 지난해 5월 3일 동남아시아 국적 여성 직장 동료를 성폭행한 사건이다.


당시 형사들은 5월 5일 이 양을 살해한 장윤기를 체포한 뒤 그가 며칠 전 저지른 성폭행 사건도 함께 수사하려 했다. 그러나 국수본에서 "2차 피해가 우려된다. 여성 전문 수사팀에서 사건을 수사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당시 형사들은 "살인 사건과 연관돼 있어 강력팀이 수사하는 것이 맞다"고 반발했으나 국수본은 "2차 피해 예방을 위해 여청수사팀에서 수사하라"고 했다.


결국 국수본 지시대로 살인 사건은 광산서 강력팀이, 성폭행 사건은 광산서 여성청소년과가 나눠 수사했다.


이처럼 두 사건이 분리되면서 강간 목적 살인 혐의를 적용하기 위한 수사를 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는 것이 일선 경찰관들의 설명이다.


장윤기 / 뉴스1장윤기 / 뉴스1


실제로 검찰 송치 전 수사팀 내부에서는 장윤기에게 강간 목적 살인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지만 수사 지휘 과정을 거치면서 반영되지 않았다.


경찰은 장윤기를 강간 목적 살인이 아닌 단순 살인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국수본이 분리 수사를 지시했다는 내용은 광주지검이 당시 광산서 수사 지휘라인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해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윤기 사건 보완 수사에 나선 광주지검이 지난 15일 "증거에 따라 성역 없이 수사하겠다"고 밝힌 것도 국수본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경찰 특별수사단은 이번 국수본 압수수색에 대해 "장윤기 사건 수사와 관련한 전반적인 보고 및 지휘 내용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사이트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오른쪽)과 홍석기 국가수사본부장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경찰 수사 내부비리 근절 및 민주적 통제 강화 방안과 관련한 브리핑을 마친 후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2026.7.16 / 뉴스1


앞서 특별수사단은 광주경찰청과 광산서를 잇달아 압수수색하고 당시 광산서 형사과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입건해 윗선 개입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특히 당시 광산서 형사과장 측은 "두 사건을 병합해 수사하겠다고 국수본에 거듭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형사과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은 21일 오전 광주지법에서 열리며,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는 내용의 자료를 제출할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 특별수사단은 지난 15일 중간 수사 결과 발표 당시 '강간·스토킹 등 장윤기의 별건 범행을 여성청소년과 등 다른 부서에서 나눠 수사해 강간 목적 살인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 별도로 수사하게 된 경위에 대해서는 계속 확인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수본 관계자는 "분리 수사 지시 여부를 포함해 당시 수사 과정은 향후 수사를 통해 규명해야 할 문제다"고 말했다.


만약 국수본의 분리 수사 지시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장윤기 사건을 둘러싼 부실수사 책임이 광산서 및 광주경찰청 지휘부를 넘어 경찰청 본청까지 향할 가능성이 있다.


장윤기 사건의 분리 수사 경위를 수사 중이라고 발표했던 국수본이 그 지휘 주체로 밝혀지게 된다면 파문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