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27일(월)

"태우지도 버리지도 못한다"... EU 규제에 '재고 폐기' 막힌 명품업계 비상

유럽연합(EU)이 팔리지 않은 의류와 액세서리, 신발의 폐기를 전면 금지하면서 명품업계의 재고 관리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브랜드 가치 유지를 위해 재고를 폐기해온 관행에 제동이 걸림에 따라 생산과 재고 관리 방식이 달라질 전망이다.


지난 19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는 이날부터 대기업이 판매되지 않은 의류·액세서리·신발을 소각하거나 매립하는 것을 금지했다. 고객 반품 제품도 대상에 포함된다. 


EU는 2024년 승인한 이 규정을 통해 과잉 생산 억제와 폐기물 감축, 자원 재활용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폐기 대신 기부·수선·재사용을 권장하며, 건강·안전상 위험이 있거나 위조품, 복구 불가능한 손상 제품 등 특정 상황에서만 폐기를 허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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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환경청(EEA)에 따르면 유럽에서 판매되는 섬유 제품 중 4~9%가 사용 전에 폐기되고 있다. 이는 연간 26만 4000~59만 4000톤 규모다. 다만 전체 폐기량 가운데 명품과 패스트패션 브랜드가 각각 차지하는 비중은 공개되지 않았다.


명품업계는 이번 규정으로 상당한 압박을 받을 전망이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프라다·샤넬 등 명품업체들은 제품 희소성과 브랜드 가치 유지를 위해 유통망과 공급량을 엄격히 관리해왔다. 이들은 앞으로 재고 보관 비용 증가를 감수하거나 아울렛 할인 판매 확대, 생산량 축소 등의 선택지를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법원 소송에서는 샤넬이 재고 관리 차원에서 홍콩에서 수천 개의 미판매 제품을 정기적으로 폐기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샤넬 측은 FT에 "해당 수치가 현재 회사의 글로벌 관행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며 "현재 판매할 수 없는 제품은 2019년 설립한 재활용 업체 '라틀리에 데 마티에르'를 통해 소재를 회수해 순환형 공급망에 투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는 미판매 제품을 아울렛이나 기부, 중고 시장 등을 통해 유통할 경우 할인 판매가 늘어나거나 회색시장으로 제품이 유입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반면 재고를 계속 보유하는 경우에는 보관·수선·소재 회수 등의 추가 비용 부담이 발생한다.


dtolvgks2mg5t45bqg4a.jp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인사이트


베인앤드컴퍼니와 이탈리아 명품산업협회 알타감마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명품 제품의 최대 40%가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됐다. 수요 부진과 과잉 재고로 아울렛과 가격 인하 판매 의존도가 높아진 결과다.


루카 솔카 번스타인 애널리스트는 "새로운 규정으로 기업들이 생산 계획과 재고 관리에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게 될 것"이라며 "특히 의류 브랜드는 시즌 종료 후 일부 재고가 불가피하게 남는 만큼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방식으로 할인 판매를 관리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브랜드들이 실시간 재고 파악·수요 예측·매장·창고 간 재고 배분 효율화를 위해 인공지능(AI) 도입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줄리아 이우티코네 하이드릭앤스트러글스 밀라노 파트너는 "생산과 판매 계획을 얼마나 정교하게 세우느냐가 앞으로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