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살해하고 피투성이 알몸 상태로 거리를 배회하던 살인 용의자와 순찰차가 정면으로 마주쳤으나, 경찰이 추격 대신 우회전을 택한 사실이 알려져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사건 당시 CCTV 영상이 공개되자, 유족은 경찰의 미흡한 초동 대응이 추가 피해 위험을 키웠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지난 18일 채널A에 따르면 사건 당일인 4일 오전 4시 25분께 경북 경산시 하양읍 일대에서 경찰 순찰차는 온몸에 피를 묻힌 채 알몸으로 거리를 걷던 정재환을 발견했다.
채널A
순찰차와 마주친 정재환은 잠시 멈칫하더니 경찰을 향해 손까지 흔들며 조깅하듯 반대 방향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경찰은 차량을 후진하며 추격했다. 조수석 문을 열어 하차하려는 듯했으나 곧바로 문을 닫고 차량으로 추격을 이어갔다.
정재환은 약 50m 거리의 인도를 따라 뛰다가 인도 끝 지점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뒤따르던 순찰차는 정재환이 달아난 왼쪽이 아닌 오른쪽으로 우회전했다. 이후 경찰이 차량에서 내려 정재환을 직접 추격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정재환은 결국 자신의 아파트로 돌아갔고, 이후 경찰에 체포됐다.
유족 측은 "정재환이 다시 아파트로 돌아가 추가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었던 상황"이라며 "순찰차가 정면으로 마주쳤는데도 즉시 하차해 제압하지 않은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북경찰청은 "당시 순찰차도 정재환이 좌측으로 도주하는 것을 확인했지만, 도로 구조를 고려해 우측으로 우회하는 것이 예상 도주로를 차단하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순찰 차량이 우회전한 것은 피의자를 놓친 것이 아니라 예상 도주 경로를 차단하기 위한 상황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경북경찰청
정재환은 지난 4일 오전 4시쯤 경북 경산시 하양읍 자신의 아파트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친구를 흉기로 수십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 직후 그는 온몸에 피를 묻힌 채 인근 편의점 등을 돌아다녔으며, 이 과정에서 경찰과 마주쳤다. 정재환은 이후 다시 집으로 돌아와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 조사에서 그는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범행 경위를 구체적으로 진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 측은 시신에서 절단 시도 흔적이 확인됐다며 시체손괴 혐의에 대해 별도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경찰은 해당 내용을 별건으로 수사할 방침이다.
한편 경찰은 정재환의 이름과 나이, 얼굴 등 신상 공개를 결정했으며, 현재 정재환은 살인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