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혈관은 점차 탄력을 잃고 내부에는 '찌꺼기'가 쌓인다. 의학적으로 '동맥경화'라고 불리는 이 현상은 심근경색과 뇌졸중 등 치명적인 심뇌혈관 질환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다.
전 세계 과학자들이 혈관 노화를 늦추는 방법을 연구하는 가운데,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시트르산염(구연산염)이 노화된 혈관을 근본적으로 회복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 16일(현지 시간) 중국 QQ뉴스에 따르면, 중국 난창대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에이징 셀(Aging Cell)'에 시트르산염을 섭취하면 혈관 내피세포의 노화 상태를 되돌릴 수 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시트르산염은 레몬, 오렌지, 자몽 등 감귤류 과일에 풍부한 성분이다. 그동안 레몬수가 건강에 좋다는 인식은 통념에 가까웠으나, 이번 연구는 분자 수준에서 그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노화된 생쥐의 혈액 내 시트르산염 수치가 젊은 생쥐보다 크게 낮다는 점에 주목했다.
노화된 생쥐의 혈관 내피세포는 에너지 공장인 미토콘드리아가 과도하게 작동하면서도 효율은 떨어져, 세포 내 유해 물질인 활성산소를 대량으로 방출하고 있었다. 이 활성산소가 DNA를 손상하고 세포 노화를 촉진해 혈관 탄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됐다.
연구팀이 노화된 생쥐의 식수에 1% 농도의 시트르산염을 첨가해 인체 식이 보충과 유사한 환경을 조성한 결과, 생쥐의 평균 수명이 28% 연장됐다.
털이 다시 검어지고 골밀도가 높아지는 등 외형적 변화와 함께 대동맥 탄력이 회복되면서 혈압이 약 12mmHg 감소했고, 혈관 확장 능력은 50% 향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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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동맥경화 모델 생쥐의 경우 대동맥에 쌓인 플라크 면적이 30% 줄어들었으며 플라크의 안정성도 높아졌다. 간단한 식이 조절만으로 약물에 버금가는 혈관 보호 효과를 확인한 셈이다.
이러한 효과의 핵심은 세포 내 에너지 센서이자 장수 스위치로 불리는 'AMPK' 단백질 활성화에 있다.
시트르산염이 체내에 들어가 AMPK를 활성화하면 과열된 미토콘드리아를 진정시켜 활성산소 생성을 줄이고, 실제 에너지 분자인 ATP 생산을 늘린다. 연구팀이 약물로 AMPK 활성화를 차단하자 시트르산산염의 노화 억제 효과가 모두 사라졌다. 즉, 시트르산염은 AMPK-미토콘드리아-활성산소(ROS) 경로를 통해 항노화 효과를 낸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다만 이번 연구는 동물 실험 단계로 생쥐에게 투여된 용량을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구연산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치아나 위장관에 자극을 줄 수 있으며, 연구에서 사용된 것은 순수 시트르산염으로, 그 효과를 레몬수를 마시는 것과 완전히 동일하다고 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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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자연에서 얻을 수 있고 비교적 안전한 성분이 혈관 노화의 핵심인 미토콘드리아 기능 장애를 직접 겨냥할 수 있음을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임상 데이터가 축적되기 전까지는 귤이나 레몬 등 감귤류 과일을 포함한 균형 잡힌 식단을 유지하는 것이 혈관 건강을 지키는 현실적인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