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이 프랑스 전통 헬스케어 기업 지프레를 전격 인수하며 유럽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한 기업 인수를 넘어 현지 영업망 확보,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 미래 성장 동력 강화까지 동시에 노린 전략적 행보라는 평가다.
12일 셀트리온에 따르면 회사는 최근 프랑스 헬스케어 기업 지프레 지분 100% 인수를 결정했다. 인수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으며, 양사는 이달 내 관련 행정 절차와 업무 조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번 인수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지프레가 보유한 강력한 현지 유통·영업 네트워크다. 1912년 설립된 지프레는 114년의 업력을 가진 프랑스 대표 로컬 헬스케어 기업으로, 프랑스 전역 9천여개 약국과 800여개 병원 공급망을 확보하고 있다. 현지 약국 시장에서 오랜 기간 쌓아온 브랜드 신뢰도 역시 강점으로 꼽힌다.
셀트리온은 지프레를 독립 법인 형태로 운영해 기존 브랜드 경쟁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자사의 제품과 영업 역량을 결합해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지프레 임직원 전원에 대한 고용 승계도 결정하면서 조직 안정성과 사업 연속성까지 확보했다.
사진제공 = 셀트리온
특히 이번 인수는 프랑스 정부의 '대체조제' 확대 정책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체조제는 의사가 처방한 의약품과 동일 성분 제품을 약사가 직접 선택해 판매할 수 있는 제도로, 바이오시밀러 시장 확대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프랑스는 이미 일부 의약품에 대해 대체조제를 시행 중이며, 지난해에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치료제 휴미라의 성분인 아달리무맙까지 대상에 포함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데노수맙 계열 제품까지 대체조제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셀트리온은 데노수맙 바이오시밀러 '스토보클로'와 '오센벨트' 판매 확대에 지프레의 약국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기존 병원 중심 바이오시밀러 영업에서 약국 시장까지 접점을 넓히게 되면서 유럽 시장 영향력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 효과도 기대된다. 지금까지 바이오의약품 중심이었던 셀트리온은 이번 인수를 통해 OTC(일반의약품), 제네릭, 건강기능식품 시장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게 됐다.
사진 제공 = 셀트리온
지프레는 생리식염수, 치아미백제, 영유아 제품 등 약 140종의 OTC·약국 의약품(DM)·건기식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생리식염수는 프랑스 시장 점유율 42%로 1위를 기록 중이며, 치아미백제 역시 28%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영유아 제품군 또한 현지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셀트리온은 향후 5년간 지프레 제품군을 통해 약 2,500억원 이상의 추가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셀트리온이 유럽 각국에서 운영 중인 직판 네트워크와 결합할 경우 추가 성장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셀트리온은 독일 등 유럽 주요 국가에서 이미 직판 체계를 구축해 운영 중이다. 현재는 바이오시밀러 중심으로 사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앞으로 지프레의 OTC 제품군이 더해질 경우 매출 확대와 함께 제품 포트폴리오 경쟁력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셀트리온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지프레의 약국 영업망을 기반으로 경쟁력 있는 제3자 제네릭 및 OTC 제품 판권 확보도 추진할 방침이다. 현지 수요는 높지만 경쟁은 상대적으로 적은 제품군을 선별해 추가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사진 제공 = 지프레
아울러 셀트리온그룹 계열사의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제네릭 제품 등을 프랑스 시장에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유럽 내 높은 구매력과 대형 시장 규모를 고려하면 그룹 차원의 실적 확대 효과도 기대된다.
셀트리온은 이번 지프레 인수를 시작으로 향후에도 유럽 현지 기업 인수합병(M&A)을 적극 검토할 계획이다. 특히 유럽 전역에서 대체조제 확대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만큼, 현지 약국 영업력과 직판 체계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전략적 M&A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프랑스에서 대체조제 승인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높은 브랜드 인지도와 약국 영업 경쟁력을 갖춘 지프레 인수는 제도 변화에 대한 선제 대응과 신규 사업 확대라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확보한 사례"라며 "앞으로도 국가별 의료 정책에 맞춘 전략적 투자를 통해 글로벌 직판 경쟁력을 지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사진 제공 = 셀트리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