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48년간 자매로 살아온 쌍둥이가 DNA 검사를 통해 서로 다른 아버지를 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간) 가디언은 영국 거주 라비니아 오스본과 미셸 오스본 자매의 사연을 보도했다.
1976년 같은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이란성 쌍둥이인 두 사람은 지난 2021년과 2022년 각각 실시한 가정용 DNA 검사에서 생물학적 아버지가 다르다는 결과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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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적으로 '이부성 중복수정'이라 불리는 이 현상은 한 생리 주기 동안 여러 개의 난자가 배란되고, 각각 다른 남성의 정자에 의해 수정될 때 발생한다. 전 세계적으로 문서화된 사례는 20건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자매의 성장 과정은 험난했다. 19세에 이들을 출산한 어머니는 양육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자매는 여러 보호자와 친척들 사이를 전전하며 자랐다. 이런 환경에서 두 사람은 서로만을 의지하며 특별한 유대감을 형성했다.
미셸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쌍둥이만의 신비로운 연결이 존재한다"며 "내가 고통받으면 라비니아가 감지하고, 라비니아가 아프면 나도 느낀다"고 설명했다.
라비니아 역시 "미셸이 다리에 뜨거운 물을 쏟았을 때 나도 그 아픔을 느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미셸은 오랫동안 의혹을 품고 있었다. 어머니가 아버지라고 지목한 남성과 자신의 외모가 전혀 닮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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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말 이런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DNA 검사를 받은 미셸은 예상과 전혀 다른 결과를 마주했다. 알고 있던 아버지와 유전적 연관성이 없었고, 다른 남성이 생물학적 아버지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라비니아는 처음에는 어머니의 말을 믿으려 했지만, 결국 DNA 검사를 받기로 결정했다. 결과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일반적으로 이란성 쌍둥이는 형제자매와 마찬가지로 약 50%의 DNA를 공유하지만, 두 사람의 공유 비율은 25% 정도에 그쳤다. 이는 일반적인 자매 관계보다도 낮은 수치였다.
라비니아는 "검사 결과를 확인하는 순간 모든 것이 사실임을 깨달았다"며 "충격과 슬픔, 분노가 몰려왔다"고 당시 심정을 털어놨다.
그는 "미셸만은 내가 확신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는데, 그마저 달라진 것 같아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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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은 이후 유전자 검사 데이터와 가족 관계 정보를 활용해 생물학적 아버지 찾기에 나섰다. 친가로 추정되는 인물들과 접촉한 끝에 한 남성을 생부로 확인했다.
라비니아의 생부 찾기도 별도로 진행됐다. 미셸이 라비니아의 검사 결과를 추적해 친족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연락을 취했고, 라비니아는 런던에 거주하는 생부와 만남을 가졌다. 추가 DNA 검사를 통해 친자 관계가 최종 확인됐다.
두 사람의 어머니는 이미 사망해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기는 어려운 상태다. 자매는 자신들이 어떤 환경에서 태어났는지 완전히 알 수 없다고 말한다.
다만 어머니가 젊은 시절 불안정한 상황에 처해 있었고 여러 상처를 안고 살았다는 점을 언급하면서도 성급한 판단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미셸은 "이제 내가 누구인지 완전히 알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반면 라비니아는 "아버지를 찾은 것은 후회하지 않지만, 아버지라고 믿었던 사람이 아니었다는 사실과 미셸과 아버지가 다르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너무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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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사례는 가정용 DNA 검사가 대중화되면서 예상치 못한 가족사의 비밀이 드러나는 현대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유전자 검사와 온라인 족보 서비스는 과거에는 영원히 묻혔을 비밀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며 개인의 정체성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관계는 여전히 견고하다. 미셸은 "나는 여전히 내 쌍둥이를 사랑한다. 그 사실만은 누구도 빼앗아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라비니아도 "우리는 기적과 같은 존재"라며 "우리가 겪은 모든 일과 쌍둥이라는 사실 때문에 우리의 끈끈한 관계는 절대 끊어질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