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그룹이 글로벌 6위 해운사 ONE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부산신항 동원글로벌터미널부산(DGT)의 물동량을 늘리기 위한 선사 유치다. 그러나 이번 제휴를 단순한 터미널 영업 성과로만 읽기는 어렵다. 동원 안팎에서는 HMM 재도전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돼 왔고, 이번 발표는 그 흐름과 겹치는 지점이 있다.
지난 24일 동원그룹은 ONE와의 협업으로 DGT 물동량이 기존 대비 2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피더부두와 2~6단계 완공 시 현재 대비 3배 이상의 추가 물동량 확보도 가능하다고 했다. DGT는 2024년 부산신항에 개장한 완전 무인 자동화 터미널이다. 동원은 유인 항만 대비 생산성이 20% 이상 높다고 설명했다. ONE는 선단 260여 척, 선복량 200만TEU 이상의 선사로, 지난해 부산항 물동량은 350만TEU로 전체 선사 가운데 두 번째였다.
동원그룹 전경 / 사진제공=동원산업
눈에 띄는 것은 발표의 문법이다. 단순히 대형 선사를 유치했다는 데 그치지 않고, 대형 선사 물량을 받아낼 수 있는 항만 인프라와 운영 역량, 추가 물량을 소화할 확장성을 함께 강조했다. 동원이 DGT를 해운 사업 확장의 기반 인프라로 보이게 하려는 듯한 인상이 남는 이유다. 이 대목은 해석의 영역이지만 사업성 확보와 항만 인프라 우수성 입증을 반복해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 그 해석을 뒷받침한다.
동원의 HMM 재도전 서사는 공개된 사실들로 이미 윤곽이 잡혀 있다. 동원산업은 올해 1월 해명 공시에서 "미래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복수의 M&A를 검토 중"이라며 스타키스트 가치 산정과 금융기관 조달 가능 규모를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타키스트 실제 매각 여부는 결정된 바 없다고 했지만, 자금 조달 시나리오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업계에서는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이 경영진에게 HMM 인수 재추진 TF 구성을 지시했다는 말도 나온다. 동원 관계자는 앞서 한 매체에 "HMM 매각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제시된 것은 아니지만, 과거 인수를 추진했던 만큼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동원에게 HMM은 한 번 놓친 상대이기도 하다. 2023년 1차 매각 당시 동원은 약 6조 2천억원을 제시했고, 하림·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은 6조 4천억원을 제시해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 차이는 약 2천억원이었다. 하림 컨소시엄은 이후 채권단과의 주주간 협약 협상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인수를 포기했다. 지금은 주가 상승과 영구채 전환 등으로 인수 부담이 당시보다 훨씬 커졌다. 업계에서는 인수에 10조원이 넘는 자금이 필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기서 ONE의 위치가 중요해진다. ONE는 HMM, 양밍과 함께 2025년 2월 출범한 프리미어 얼라이언스 소속이다. 동원이 ONE를 DGT에 붙인다는 것은 HMM이 속한 얼라이언스와의 연결 고리를 넓히는 효과도 있다. 터미널 운영 역량, 대형 선사와의 협력 관계, 환적 거점으로서의 사업성. 이번 발표에서 동원이 부각한 요소들은 향후 HMM 인수 후보로 다시 거론될 때 꺼내 들 수 있는 산업 논리와 구조적으로 겹친다.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 / 사진제공=동원그룹
직접적인 근거는 아직 부족하다. 동원이 이번 제휴를 HMM 인수와 연결해 언급한 적은 없고, ONE 유치 자체도 터미널 운영사의 본업에 해당한다. HMM 매각 일정 역시 아직 열려 있지 않다. 박상진 산업은행 회장은 2월 25일 "당장 매각을 검토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지금은 인수전이 본격적으로 열린 국면이 아니다. 후보들이 명분과 체력을 쌓는 구간에 가깝다. 그 구간에서 동원은 이번 발표를 통해 세 가지를 동시에 보여줬다. DGT는 대형 선사가 선택한 터미널이고, 글로벌 해운 네트워크와 연결될 수 있으며, 추가 물량을 소화할 인프라도 갖췄다는 점이다. 동원이 HMM 인수 명분을 쌓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