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발행주식의 약 20%에 해당하는 자사주를 한 번에 태운다. 금액으로는 4조 8천억원대, 비율로는 국내 지주사 자본정책 사례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규모다.
10일 SK㈜는 이사회를 열고 보유 자사주 약 1798만주 가운데 임직원 보상 활용에 쓸 것들을 제외한 약 1469만주를 소각한다고 공시했다. 이사회 전일 종가 기준 소각 규모는 4조 8343억원이다.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규모만이 아니다. 이번 소각 대상에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매입한 자사주뿐 아니라,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취득한 자사주도 포함됐다. SK㈜는 2015년 SK C&C와의 합병으로 그룹 지배구조를 단순화한 바 있는데, 당시 소유하게 된 물량까지 이번에 정리 대상에 넣었다. 통상 기업들이 자사주를 남겨두고 향후 활용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과 달리, SK㈜는 가장 민감한 물량까지 소각 대상에 포함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인사이트
이번 결정은 상법 3차 개정안 국회 통과 맞물렸다. 회사는 이번 조치가 상법 개정안의 개정 취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규모 자사주를 보유한 지주사가 소각을 통해 자본 효율을 높이는 방식을 택한 것은, 제도 변화의 방향을 가장 큰 규모의 실행으로 보여준 사례로 시장은 평가한다.
배경에는 최근 2년간의 사업재편과 재무구조 개선이 있다. SK㈜의 별도 기준 순차입금은 2024년 말 10조5천억원에서 2025년 3분기 8조 4천억원으로 줄었고, 같은 기간 부채비율도 86.3%에서 77.4%로 낮아졌다.
배당 확대도 병행됐다. SK㈜는 지난달 2025 회계연도 기말 배당금을 6500원으로 확정했다. 지난해 8월 지급한 중간배당 1500원을 합하면 연간 배당금은 8천원으로 전년 대비 14% 늘었다.
지주사는 오랜 기간 자산가치와 별개로 구조적 할인을 받아왔다. 복잡한 사업구조, 낮은 자본 효율, 대규모 자사주 활용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그 배경이었다. SK㈜는 이번 소각으로 그 가운데 하나를 직접 걷어냈다.
오는 26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나온 결정이지만, 내용은 이벤트성과 거리가 있다. 발행주식의 5분의 1을 소각하는 선택은 자본정책의 방향을 단순 보유에서 환원과 효율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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