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2월 26일(목)

62년 'KAL' 역사 속으로... 조원태 회장, 통합 앞두고 상징 재정비

대한항공이 60년 넘게 사용해 온 영문 약어 'KAL'을 공식 명칭에서 제외하기로 했습니다. 단순한 브랜드 손질로 보기에는 시점이 묘한 구석이 있습니다. 내년 아시아나항공과의 완전 통합을 앞둔 상황에서 이뤄진 결정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두고 항공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통합 대한항공의 방향을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직접 정리하는 수순이라는 시각이 나오고 있습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다음 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상 영문 약호 'KAL'을 삭제하는 안건을 상정할 예정입니다. 정관에 명시된 약칭을 없애는 것은 단순한 표현 정비를 넘어섭니다. 대한항공 역사에서 KAL이라는 이름이 제도적으로 사라지는 '첫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기업의 헌법과도 같은 정관에서 특정 약칭을 삭제하는 일은 상징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origin_한진그룹조원태회장신규CI공개.jpg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 뉴스1


KAL은 1962년 대한항공공사 시절부터 사용돼 왔습니다. 1969년 한진그룹 인수 이후에는 민영 항공사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칼기'라는 표현이 자연스럽게 통용될 만큼 대한항공을 대표하는 또 다른 이름이었습니다. 지주사인 한진칼을 비롯해 KAL호텔, KAL리무진 등 그룹 주요 사업 명칭에도 깊숙이 남아 있습니다. 창업주 고(故) 조중훈 회장 시절부터 이어진 상징이라는 점에서 그 무게가 남다릅니다. 


대한항공은 앞으로 대외 브랜드를 'Korean Air'로 일원화하고, 내부 운영 체계에서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식별 코드인 'KE'를 활용할 계획입니다. KE는 이미 항공편명에 사용되는 국제 표준 코드입니다. 항공권 예약 시스템과 글로벌 제휴 네트워크에서도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통합 이후 브랜드 혼선을 줄이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일관성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기존 대한항공의 색채가 강한 약어를 유지할 경우, 흡수 합병 이미지가 부각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입니다. 


통합 항공사는 물리적 결합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조직 문화와 브랜드 정체성이 어떻게 정리되느냐가 향후 통합 안정성에 직결됩니다. 이번 조치는 통합 이전에 상징부터 정비하겠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재계에서는 이번 결정을 단순한 명칭 변경이 아닌 통합 전략의 선제적 조치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항공 산업 특성상 브랜드는 곧 신뢰와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Korean Air'라는 명칭의 인지도를 집중시키고, 운영 체계는 국제 표준 코드인 'KE'로 단순화하는 구조는 통합 이후 비용 효율성과 브랜드 일관성을 동시에 겨냥한 포석으로 분석됩니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한진그룹 80주년 기념행사에서 인사말을하고 있다. (사진=한진그룹 ...사진제공=한진그룹


조 회장은 지난해 기업 가치 체계 'KE Way'를 공개했고, 41년 만에 기업 이미지(CI)를 변경했습니다. 이번 KAL 삭제까지 이어지면서 브랜드와 조직 문화 전반을 손보는 작업이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창업 세대의 상징을 공식적으로 정리하고, 통합 이후의 대한항공을 새로운 틀 안에 재정립하려는 구상이 점차 구체화되는 모습입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통합 항공사는 단순히 규모가 커진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고 하나의 정체성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관건"이라며 "KAL을 정리한 것은 그 출발점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제공=대한항공사진제공=대한항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