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대표적 부촌으로 꼽히는 압구정동 재건축 사업이 시공사 선정 절차에 돌입하며 본궤도에 오르고 있습니다. 1970년대 영동 개발로 조성된 뒤 반세기 넘게 강남 주거지의 상징으로 자리해온 압구정 일대가 대대적인 재편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1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압구정 3·4·5구역 재건축 조합은 최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를 내고 본격적인 경쟁 구도를 형성했습니다. 세 구역 공사비를 모두 합치면 9조원을 웃도는 초대형 사업으로,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도시정비사업으로 평가됩니다.
사업의 핵심은 단연 압구정3구역입니다. 기존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철거한 뒤 지하 5층, 최고 지상 65층, 30개 동, 5175가구 규모의 초고층 단지로 다시 짓는 계획입니다. 준주거지역 일부는 지하 7층까지 내려갑니다. 조합이 제시한 공사비는 5조5610억원으로, 단일 정비사업 기준 역대 최대 금액입니다. 입찰 보증금만 2000억원에 달해 상징성을 보여줍니다.
압구정현대아파트 / 뉴스1
압구정4구역도 대형 건설사들이 일찌감치 관심을 보이며 경쟁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이 구역은 압구정 현대 8차와 한양 3·4·6차를 통합 재건축해 지하 5층, 최고 67층, 1641가구 규모로 조성됩니다.
공사비는 2조1154억원 수준입니다. 최근 열린 현장 설명회에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DL이앤씨, 쌍용건설, 금호건설, 제일건설 등 주요 건설사들이 대거 참석했습니다.
압구정5구역 역시 한양 1·2차를 통합 재건축하는 사업으로, 지하 5층, 최고 68층, 8개 동, 1397가구 규모로 탈바꿈할 예정입니다. 예정 공사비는 1조4960억원입니다. 입찰 마감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지만 건설사들은 이미 참여 의사를 밝히며 조합원 설득에 나선 상황입니다.
건설사들은 글로벌 설계사와의 협업, 하이엔드 브랜드 전략 등을 앞세워 수주전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현대건설은 세계적 설계사들과의 협업을 내세워 3·5구역 참여 의지를 공식화했고, 삼성물산은 영국 건축가 노만 포스터가 이끄는 포스터 앤드 파트너스와 손잡고 4구역에 차별화된 설계를 제안할 계획입니다.
DL이앤씨는 한강변 고급 주거단지 시공 경험을 강조하며 5구역 참여를 선언했습니다. GS건설 역시 일부 구역 참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단지의 모습 / 뉴스1
압구정 재건축은 전체 6개 구역으로 나뉘어 진행됩니다. 이 가운데 공사비 약 2조7489억원 규모의 2구역은 지난해 현대건설이 시공권을 확보했습니다. 반면 1구역과 6구역은 상대적으로 속도가 더딘 편입니다. 미성 1·2차로 구성된 1구역은 올해 상반기 조합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고, 청담동과 맞닿은 6구역은 단지 간 이해관계 조율이 길어지면서 아직 조합 설립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행정 절차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강남구는 최근 압구정 일대 재건축 계획안을 서울시에 제출하며 주요 구역에 대한 계획 승인 요청을 마무리했습니다. 주민 제안부터 계획 제출까지 채 1년이 걸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사업 추진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압구정 재건축은 단순한 노후 단지 정비를 넘어 강남 주거 지형 자체를 다시 짜는 사업으로 받아들여집니다. 한강변 초고층 주거벨트 형성과 함께 국내 최고가 주거지의 위상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압구정은 상징성이 큰 지역인 만큼 수주 결과가 향후 강남권 재건축 판도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