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한 한우식당에서 50대 남성이 수개월간 매일 새벽 시간을 이용해 술을 훔치다 식당 사장에게 붙잡히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지난 26일 JTBC '사건반장'을 통해 공개된 이 사연은 경찰의 소극적 대응과 피해자의 직접 해결이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줘 누리꾼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JTBC '사건반장'
사건의 발단은 지난 9월 식당 직원의 신고였습니다. 대구에서 한우식당을 운영하는 제보자 A씨는 직원으로부터 "누군가 술을 가져가는 것 같다"는 말을 듣고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습니다.
A씨는 평소 술을 가게 주차장 구석에 보관하고 있었는데, 실제로 확인해보니 여러 개의 빈 상자들이 발견됐습니다.
의심을 품은 A씨가 주차장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충격적인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모르는 남성이 주차장으로 들어와 마치 자신의 가게인 듯 태연하게 가방과 옷 주머니에 술을 넣고 사라지는 모습이 녹화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CCTV 분석 결과, 해당 남성은 2~3개월 동안 거의 매일 새벽 2~4시 사이에 찾아와 술을 훔쳐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절도범이 가져간 술의 양은 400~500병으로 추정되며, 피해 금액은 무려 500만 원 상당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A씨는 즉시 경찰에 신고했으나, 경찰의 미온적인 대응은 큰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당시 경찰은 "범인을 잡으려면 잠복 수사가 필요하다"며 "새벽 2시에서 4시 사이에 한 번씩 순찰하겠다"는 형식적인 답변만 했을 뿐, 실질적인 잠복 수사나 적극적인 수사는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A씨는 직접 나서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는 밤 12시부터 가게 앞에서 잠복하며 절도범을 기다렸고, 지난 9월 22일 새벽 2시 30분경 마침내 범인을 발견했습니다.
A씨는 CCTV를 통해 남성이 술을 훔치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확인한 후 즉시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또한 절도범을 직접 뒤쫓아가며 동선을 파악한 후 검거에 나섰고, 결국 범인을 경찰에 넘기는 데 성공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절도범은 50대 동네 주민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배고파서 술을 훔쳤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A씨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이라 보상은 포기했다"면서도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밝혔습니다.